[AT&T 타임워너 인수] 규모 키운다고 시너지 날까... 규제당국 승인 여부도 '불투명'

2016-10-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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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의 ‘통신 거인’ AT&T가 배트맨, 해리포터 시리즈로 엔터테인먼트 왕좌에 오른 타임워너를 97조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M&A(인수합병)가 공격적이 아닌 방어적 M&A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인수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AT&T는 최근 동영상의 강자로 떠오른 구글의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대항하기 위해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흡수하고, 동영상 서비스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AT&T는 동영상 콘텐츠를 늘려 결합상품을 출시해 가입자를 모으고, 데이터통신 요금과 동영상 광고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AT&T의 동영상 콘텐츠 확보를 통한 사업 확장이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콘텐츠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둘러싼 시장 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타임워너와 같은 미디어기업이 엔터테인먼트의 주요 사업자였으나 지금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이들은 인터넷의 정보검색, 광고, 음악, 유통 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을 형성해 정보교환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기업들이다. 이 플랫폼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TV 이상으로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GAFA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는 반면, 타임워너와 같은 미디어기업은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인터넷기업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하면서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9년뒤 합병이 와해된 아픈 과거도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주식시장을 봐도 타임워너의 시가총액은 약 700억 달러로 AT&T의 2310억 달러와 합쳐도 겨우 3000억 달러 수준이다. 반면, 애플의 시가총액은 6260억 달러, 구글은 5580억 달러, 아마존 3880억 달러, 페이스북 3790억 달러로 이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또 AT&T는 지난해 위성방송 디렉TV를 총매출액의 30%에 해당하는 485억 달러를 투입해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가입자 확보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였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M&A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 규제당국의 동향도 변수다. 타임워너의 콘텐츠가 AT&T의 독점 아래 놓이는 상황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셜을 인수했을 때도 사법부와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얻는데 1년 이상 소요됐다. 뉴욕타임즈도 AT&T가 경쟁사를 상대로 타임워너 콘텐츠에 대한 재송신요금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최진봉 성공회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M&A가 성사되면 거대 미디어기업이 탄생하는 것인 만큼 독과점 이슈가 어느때 보다 커질 것"이라며 "대선후보들의 반대와 우리보다 더욱 엄격한 당국의 독점규제로 봤을 때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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