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은 소설 속 상황이 아니다. 10월 19일 오후 2시께 국토교통부 맞은편 정부청사 정문에서 있었던 실제 상황이다.
올 봄 공시생에게 정부서울청사가 뚫리고, 정부는 대대적인 보안관리 시스템 개편을 천명했다.
지난 4월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가 핵심 시설 경비와 방호, 전산 장비 보안, 당직 근무 등 모든 보안 관리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청사 보안관리는 청사 직원과 친분이 있다면 오히려 문턱이 낮아진 모양새다.
이 같은 의식은 공무원들의 ‘나만 아니면 된다’ 식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공시생에게 정부청사가 뚫리고, 인사혁신처의 PC가 해킹당했을 때만 해도 마음을 졸이던 공무원들은 범행대상이 토익 등으로 넓어지자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한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시생이 수능, 토익 등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청사 보안이 무너졌다는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누구라도 공시생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일함이 공무원 조직 내에 팽배함을 보여준다.
이 같이 철저한 자기반성 없으니 국무총리가 나서고, 행자부 차관이 약속을 해도 정부청사 근무자들의 보안 의식은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다시 19일 오후의 상황이다. 방문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는 직원의 말에 자전거를 탄 남성은 익숙한 듯 대꾸한다. “그래.”
이 날의 상황은 국무총리가 공언한 보안관리 시스템은 예산만 들어가고 여전히 진전이 없음을 보여줬다. 오늘도 국민의 세금은 안일함 속에서 낭비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