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현대차는 파업이 끝나면 급여도 올라가고 성과금도 받겠지만 우리 협력사들은 월급이나 제때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기 안산에서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오는 20일 월급날을 앞두고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대학에 ‘파업의 경제학’이라는 과목이 있다면 현대차 노조의 사례는 “버티면 된다”라는 주제로 강의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의 올해 임금협상이 5개월 넘는 격론 끝에 지난 15일 새벽 마무리됐다. 두번에 걸친 잠정합의안 마련으로 노조측은 어느정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한 축인 현대차의 파업 여파로 현장 곳곳에서의 곡소리는 현재진행형이다.
협력사들은 매출액 감소로 자체 인건비와 2·3차 협력사의 물품대급 지급이 어려워 연쇄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현대차 협력업체 12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8곳이 파업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올해 현대차 파업에 따른 납품차질은 총 5.8회로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12년 만의 전면파업을 포함해 총 24차례 파업을 진행하고 12번 주말특근을 거부했다. 이에 따른 현대차 생산차질 규모는 3조1000억원(14만2000여대)으로 처음으로 3조원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상위 5위 자동차 생산국 지위도 12년 만에 인도에 추월당했다. 파업과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현대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 달성 실패는 기정사실화됐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이제 연례행사처럼 여겨진다. 여기에 올해는 8년 만에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며 ‘노노갈등’ 문제로도 비화됐다. 정부도 급기야 긴급조정권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이면 현대차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반백년이 된 기업이 앞으로 백년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노조가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돼야 한다. 한때 글로벌 '빅3'였던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강성노조 때문에 좌초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노사 모두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귀족노조’, ‘정치파업’ 등의 프레임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