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9000만원의 현대차 노조, 4대 보험을 비롯한 안정적인 처우가 보장된 공무원 노조 등 이른바 ’귀족노조‘의 연례행사식 연쇄파업은 해가 갈수록 명분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저성장 국면을 탈출하고자 안간힘을 써도 모자란 시점에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강성노조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철도파업은 18일 현재 22일째 지속되고 있다. 오는 20일이면 역대 철도파업 일수인 23일을 넘기게 된다. 철도파업의 경우 ’운행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이용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철도 등 일부 노조가 성과연봉제 등을 이유로 아직도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파업을 즉각 중단하고 일터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체 노조원의 7368명인 40.1%가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장기파업에 돌입한 사이 한국경제는 휘청대고 있다. 경제컨트롤타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한국경제가 위기에 내몰린 이유다.
유 부총리도 강성노조에 대한 뾰족한 묘수를 내놓기보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거듭하고 있다. 매번 되풀이되는 파업 대책을 사실상 내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구조조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부 의지와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긴축재정 등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태풍을 피해가기 위해 움츠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정부가 구조조정 칼날을 빼자 잔뜩 움츠리고 칼날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정부가 시키는데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인력감축 등 제한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여전히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아직 샅바싸움도 끝나지 않은 형국이다. 자연스레 경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 안팎에서는 연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탓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법안은 올해도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노조파업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숨죽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표심을 잡기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칫 노조들을 자극할 경우 대선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출범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정책이 쉽지 않다. 지금 분위기로는 경제와 관련된 얘기를 꺼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벌써부터 대선정국인데 내년 경제정책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