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역동적인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코스닥 상장 요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더라도 성장성이 담보된다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요건 중 매출, 이익에 대한 사항도 상장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적용한다.
그동안 기업 상장·공모는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발굴하기보다 매출과 이익이 보장된 기업 위주로만 이뤄졌었다.
김형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요건이 완화되면 기존 코스닥과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도 기업 성장 가능성과 기술력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만큼 수급 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에 완화된 상장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하림홀딩스와 블루콤, 서한, KH바텍, 서부T&D, 삼옥에스폼을 꼽았다. 이런 종목은 최근 3년 평균 매출 증가율이 20% 이상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이 2 이하에 해당한다.
주요 증권사는 이런 종목을 통해 코스닥이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도 코스닥은 정부 활성화 대책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2005년 코스닥은 350~500선을 박스권으로 등락을 반복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코스닥 진입 요건을 완화해 벤처기업을 시장에 대거 입성시키자, 지수가 반년 만에 35% 가까이 뛰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증시 활성화 대책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큰 종목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코스닥이 700선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존재해왔고, 기업이 상장요건에 못 미쳐도 유망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길을 터줬었다.
혜택이 일부 업종에 쏠려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 상반기까지 기술평가상장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32곳 중 28곳이 바이오 기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