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천 기자 =매년 가을 미사리 경정장에서는 특별한 경주가 펼쳐진다. 바로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이다.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은 한국 경정의 산파 쿠리하라 코이치로 선생(68세)을 기리기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 경륜경정사업본부가 매년 개최하는 특별이벤트 경주다.
1969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경정선수로 데뷔하여 31년간 경정선수로 활약하며 초특급 경정 선수로도 이름을 떨쳤던 쿠리하라 선생은 2001년 돌연 한국행을 결심하여 일본 경정계를 놀라게 한다.
일본 경정계의 강한 만류에도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건 경정 불모지인 한국에서 경정을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2001년 8월 경정훈련원 교관으로 취임한 그는 훈련용 모터보트가 없어서 훈련에 어려움을 겪던 후보생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일본 경정에서 사용하던 모터(10기)와 보트(7척)를 구입해 한국으로 들여와 1~3기까지 선수들을 직접 지도했다.
경주운영, 심판, 경주 및 판정 장비, 시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한국 경정 도입에 지대한 역할을 한 그는 2004년 3기 후보생 양성을 끝으로 일본으로 돌아간다.
한국 경정은 쿠리하라 선생이 뿌리고 간 씨앗들을 잘 키워 지금의 경정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번 대회는 쿠리하라 코이치로 선생이 직접 지도한 1, 2, 3기의 실력 있는 제자들과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여 대회의 의미를 더 할 예정이다.
쿠리하라 선생에게 직접 지도를 받은 출전선수로 1기 강창효, 길현태, 오세준, 장영태, 2기 김현철, 이재학, 3기 문안나가 출전한다.
그리고 쿠리하라 선생의 지도를 받지 못했지만 올 시즌 기세가 좋은 다승 랭킹 2위이자 올해 펼쳐진 주요 대회에서 4승을 기록하고 있는 심상철, 다승 랭킹 3위, 4위, 5위의 어선규, 장수영, 한성근, 블루칩을 꿈꾸는 차세대 유망주 12기 김인혜가 출전하여 이번 대회를 빛낼 예정이다.
이들은 19일 준결승을 거쳐 상위 6명이 20일 16경주에서 올해 쿠리하라배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우승자에게는 상금 1000만원, 2위와 3위에게는 각각 700만원과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지난해 건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국 경정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쿠리하라 선생은 올해에도 한국 방문을 적극 희망했지만 쿠리하라 선생과 아내분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올해는 부득이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비록 쿠리하라 선생의 한국방문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일본 경정애호회 관계자 등 8명이 한국을 찾아 쿠리하라배를 빛낼 예정이다.
경정 관계자는 “쿠리하라 선생과 아내분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쿠리하라배는 선수들에게 특히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라며, “올해는 쿠리하라 선생이 함께할 수 없지만 쿠리하라배를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의 각오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도 멋진 경기력으로 쿠리하라배가 경정팬에게 사랑받는 대회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