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내가 그렇게 좋아?"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국정감사 도중 여성 의원인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이 같이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성희롱'이라며 항의했고, 유 의원은 한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키로 하면서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야당 의원석에서 이 발언에 대해 웃음소리가 터지자, 한 의원은 유 의원 쪽을 바라보면서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곧바로 불쾌함을 나타내며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왜 사람이 질문하는데 그러나, 진지하게 들어라. 선배로서 좋아하느냐고 물은 것"이라며 "다르게 느끼셨다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한 의원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다른 야당 의원들에게는 "진지하게 들어라, 내 말을 왜곡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유 의원은 이에 별도의 입장자료를 내고 "이는 명백한 성희롱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니 한 의원은 공식적인 사과가 아닌, 자기변명적 발언과 오히려 이의제기를 하는 본 의원과 야당 의원들에게 훈계를 하는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선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아직도 국회에 남아있는 일부 남성 국회의원의 몰지각한 여성비하적 발언,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성희롱 발언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한 의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국회 윤리위에 한 의원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여성 의원들도 일제히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의원을 사죄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 의원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여성에 대한 모욕이자 국회의원에 대한 능멸이며, 국정감사장의 국회 권능을 모독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한 의원은 지난달 여당 의원들이 국회 의장실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의장실 경호원의 멱살을 잡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며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당시 한 의원은 해당 경호원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한 후 자숙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국회 경위를 폭행해 수사를 받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던 한 의원"이라며 "그 사과의 진정성이 거듭 의심되는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남인순 더민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이 '성누리당'으로 지탄을 받아왔는데, 20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한 의원에 대해 반드시 당 차원에서도 징계하고 이런 성희롱적 발언이 재발되지 않도롤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오후 한 의원은 국감장에서 "아까 한 발언은 남녀의 발언은 아니었다. 동영상을 다시 봤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푸념 섞인 말이 아니었나 싶다"며 "지금도 불쾌하다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유 의원의 대학 선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이를 두고 "이곳은 국감장이고 저는 개인 유은혜가 아닌 국회의원이자 국민의 대표"라고 항의하자 한 의원은 "대학 선후배 발언은 빼겠다, 그리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