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의 사나이’ 오지환, 어찌 ‘오지배’로 부르지 않으리오

2016-10-1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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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IA와 LG의 경기에서 3회 초 투아웃 때 KIA 김주찬의 타구를 LG 오지환이 처리한 후 투수 류제국과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26)에게 붙은 수식어다. 처음 이 별명은 불명예스러웠다. 실책이 많던 시절 경기 결과를 결정지을 정도로 지배한다고 해서 생겼다. 하지만 수비가 크게 성장한 최근에는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할 때 긍정적 의미로 ‘오지배’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오지환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악몽을 겪었다. 치명적인 실책 2개를 저질렀고, 그 중 4회초에 나온 두 번째 실책은 선취 2점을 헌납해 패배로 이어졌다. 오지환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불명예 ‘오지배’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뼈아픈 수비 실책을 결정적 패인으로 인정했으나, 오지환에 대한 믿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1차전 이후 양 감독은 “오지환은 변함없이 2차전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오지환은 바로 다음날인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 5번 타자 유격수로 1차전과 같이 선발 출전했다. 오지환이 ‘오지배’의 의미를 다시 뒤집는데 걸린 시간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오지환은 3회초 2사 후 김주찬의 강습타구를 한 차례 놓쳐 실수를 저지를 뻔 했으나 침착하게 다시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으로 처리했다. 이후 오지환은 안정을 찾았다.

호수비도 쏟아졌다. 오지환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초 1사 2루 위기에서 나지완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역동작에도 깔끔하게 1루로 송구해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또 8회초 2사 2루 위기에서도 나지완의 타구가 3루수 루이스 히메네스가 처리하기 힘든 쪽으로 흘렀으나 오지환이 빠른 발로 타구를 쫓아 잡아낸 뒤 빨래줄 송구로 역시 이닝을 정리했다.

KIA 관중석에서 나오던 오지환을 향한 환호는 어느새 LG 홈팬들의 환호로 뒤바뀌어 있었다.

오지환은 공격에서도 3타수 1안타 1사구로 맹활약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에이스 양현종의 초구를 과감하게 노려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후속타 불발이 아쉬웠다. 8회말에는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역시 후속타 불발로 득점을 올리진 못했으나 오지환은 두 투수를 흔드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날 LG는 0-0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절호의 찬스에서 김용의가 지크 스프루일을 상대로 끝내기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극적인 1-0 승리를 거뒀다. LG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해 고척행 첫 차를 탔다.

이날 선발투수 류제국이 캡틴의 품격을 선보이며 8이닝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고, 끝내기 주인공은 김용의가 차지했다. 하지만 2차전 내내 경기를 지배한 것은 ‘오지배’ 오지환이었다.

[LG 트윈스 오지환의 송구.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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