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노벨상 수상자들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이제 마지막 남은 문학상을 누가 거머쥘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케냐 출신의 소설과 응구기 와 시옹오(78) 뉴욕대 비교문학과 교수를 노벨 문학상 후보 1위(배당 4대1)에 올렸다. 지난달 1위였던 '만년 후보' 무라카미 하루키(67·일본)는 5대1의 배당을 기록해 2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벨라루스)를 후보 1위로 꼽은 바 있다.
지난달 21일 제6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던 시옹오는 사회성·역사성이 도드라지는 작품을 주로 써 왔으며, 케냐 독재정권의 박해를 받아 1982년부터 20여년간 영국 미국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그 이후 2004년 케냐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저격수의 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1964년 발표한 첫 소설 '울지마라 아이야'를 비롯해 '한 톨의 밀알' '피의 꽃잎들' 등이 있다.
시옹오가 강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점쳐지는 데에는 그의 민주화-탄압-망명 스토리가 스웨덴 한림원과 서양 심사위원들이 선호하는 이상주의, 탈식민주의, 사회성 등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림원이 200여명의 참전 여성 이야기를 담은 알렉시예비치의 소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손을 들어준 것이 비근한 예다.
그 반면 '상실의 시대' '1Q84' '여자 없는 남자들' 등 현대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무라카미의 수상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아사히신문은 "올해야말로 무라카미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일본에서 셋째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일본은 무라카미가 지난 2006년 '노벨상 등용문'이라 일컬어지는 카프카상을 받으면서부터 그의 노벨상 수상을 기대해 왔다. 카프카상 2004년 수상자인 엘프레데 옐리네크(오스트리아)와 2005년 수상자인 헤럴드 핀터(영국)도 노벨상을 품에 안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가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가볍다' '과대평가됐다' '젊은 독자들의 감수성만 건드린다'는 평을 뒤집고 올해는 노벨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 고은 시인, 올해도 유력 후보…시리아 아도니스 '주목'
고은 시인(83)은 올해도 수상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고 시인은 지난달 중순 래드브록스 배당률 순위 11위였다가 이달 초 13위로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주요 후보로 거론되며 6위(14대1)에 올랐다. 그는 최근 발표한 신작 시집 '초혼'에서 한국 현대사 속에 무고하게 희생된 원혼을 달래는 제의(祭儀) 성격의 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작가 가운데 해외에 가장 널리 알려진 데다 스웨덴에도 4종 이상의 작품들이 번역돼 있고, 현지 매체가 그를 가리켜 '군산(출생지)의 제왕'이라고 할 정도로 고 시인의 수상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이 외에도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86·본명 알라 아흐마드 사이드),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83),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57)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재 아랍권 시인을 대표하는 아도니스는 아방가르드 시 전문지 '시'와 '상황들'의 발간을 주도하는 등 정부와 대립해오며 정부 당국과 학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자신의 책이 불태워지는 수모를 겪기도 한 아도니스는 베이루트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최근 프랑스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벨 문학상은 13일 오후 8시(한국시간) 발표되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이 타계한 날인 12월1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