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제철을 맞은 아웃도어 업계가 정체성 없는 상품군 확대로 패션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 업계가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매출 성수기인 가을과 겨울을 맞아 제품군을 확장하는 추세다. 실제 백화점이나 매장을 찾아보면 알록달록하고 두터운 아웃도어 의류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LF가 전개하는 라푸마의 경우 '스타일로 회복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라푸마 관계자는 "그동안 아웃도어 의류가 기술력과 기능성에 집중해왔으나 고객에게 차별화할 수 있는 가치는 결국 스타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아웃도어에서 볼 수 없었던 사파리 디자인이나 블루종 스타일의 의류도 이젠벅과 블랙야크에서 각각 내놨다. 블랙야크의 경우 아이돌 가수 지코를 모델로 발탁, 캐주얼과 스포츠룩을 조합한 ‘스포츠 블루’ 라인을 선보였다.
아이더와 와일드로즈, 코오롱스포츠 등에서 공개하는 가을·겨울 화보는 모두 '캐주얼' 혹은 '스포티', '세련된 도심형'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의류뿐 아니라 신발 상황도 비슷하다. 각 업체는 다소 투박한 등산화를 넘어 캐주얼 러닝화도 함께 선보이는 중이다.
블랙야크는 도심형 캐주얼화인 '아르케론 GTX', '뮤즈ⅡGTX'를 일상에서 신을 수 있도록 캐주얼 감성을 강조했다. 밀레 역시 매일 가볍게 신기 좋은 트레일 러닝화 겸용 캐주얼 슈즈 ‘데이런’을 내놨다. 컬럼비아의 경우 아웃도어 활동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캐주얼 신발을 아예 컬렉션으로 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의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스타일 폭을 넓히고 있다"며 "사실상 중장년 층인 주요 고객층을 젊은 층까지 확대하기 위한 방법이자 스포츠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같은 아웃도어업계의 스타일 확장 흐름에 스포츠와 캐주얼 브랜드가 주력인 업체들은 탐탁치 않다는 반응이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정체성을 버리고 '돈이 되는' 의류 분야에 진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도 그럴 게 최근 패션업계, 특히 아웃도어 쪽은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포츠와 캐주얼 브랜드는 매출이 소폭이라도 상승하는 분위기다.
업계 추산치에 따르면 올해 캐주얼복 시장은 전년동기 대비 소폭 성장한 12조6000억원대이고, 스포츠 브랜드 시장은 각종 레저 열풍에 힘입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신장했다.
한 스포츠 브랜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아웃도어 열풍이 시들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아웃도어 브랜드가 가진 기술력을 그대로 갖고 스포츠 시장에 뛰어든다면 경쟁하기 힘겹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캐주얼 브랜드 관계자는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캐주얼 의류 스타일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일이 그닥 반가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본래 캐주얼 브랜드가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는 덕분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