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기자 = “샤로수길은 신촌·홍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
샤로수길 입구에 위치한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샤로수길 상권의 최근 상승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이 뜨고 있다. ‘샤’ 모양의 서울대 정문 조형물과 신사동 ‘가로수길’의 조합한 이름인 ‘샤로수길’은 소규모 식당과 이색적인 호프집들이 들어서며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제 2의 가로수길’이라고 불릴 정도지만 다른 지역처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샤로수길은 다른 강남 지역 보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소자본·소규모 점포가 몰려들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이곳에서 식당을 연 점포주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이 골목에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관악구청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샤로수길은 유명세를 얻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샤로수길이 위치한 봉천동의 임대료는 지난 3년 간 큰 변화가 없었다.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 임대료 기준으로 살펴보면 봉천동의 임대료는 2013년 1분기 ㎡당 2만900원에서 올해 1분기 2만1800원으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보증금과 권리금이다. 샤로수길이 조명을 받으면서 차익을 기대하고 매물을 내놓지 않는 건물주들이 늘면서 보증금과 권리급이 급상승 중이다. 작년 8월 샤로수길 초입에서 식당을 연 B씨(여·29)는 1년 전 가게를 알아보던 때를 떠올리며 “33㎡(10평) 식당의 보증금이 3000만원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옆 건물은 99㎡(30평) 식당의 권리금과 보증금이 총 4억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한다. 샤로수길 내 위치한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3년 전보다 권리금과 보증금이 두 배씩 올랐다”며 지금은 샤로수길의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샤로수길이 뜨기 전 임대 계약을 체결했던 곳의 갱신 시기가 다가오는 1~2년 뒤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샤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은 기존 지역과 특징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가로수길은 새로운 건물주가 들어와 기존 거주민이 쫓겨났지만, 샤로수길은 건물주가 주로 봉천동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라는 것이다. 6년째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D씨(남·37)는 “건물주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샤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기엔 인구 유입 요인이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상가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관악구 일대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저렴해 소규모 점포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촌·북촌처럼 관광객을 끌어들일 특성화된 요인이나 신사동처럼 배후에 구매력이 있는 주거지역이 형성된 곳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곳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샤로수길이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위해선 임대료가 단기간에 올라 피해를 봤던 기존 상권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신촌에서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불러 상권이 홍대로 옮겨가 공실이 났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홍대 상권이 연남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오히려 상권이 죽었던 때를 떠올렸다. B씨는 관악구청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한 만큼 구청의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