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여력은 제한적인데 반해 재정정책은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9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여력은 있지만 지금까지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선진국처럼 제로금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통화정책이 미진하게 대응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가지 지표나 기준으로 봐도 지금 통화정책은 우리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완화적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총재는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라며 "아직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여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발언은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 총재는 또 저출산·고령화 문제 대응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한은은 내년 상반기 결과 발표를 목표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 정권이 바뀌어도 장기적 플랜을 계속 밀고 가는 모멘텀을 만들고 싶다"며 "한국은행의 보고서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본보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3분기 내수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 7월 전망했던 2.7%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2.9%)에 대해서는 "최근 상황을 반영한 결과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큰 변동은 없지 않겠나"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년 하반기 1% 중후반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 3개월 정도 소비 행태 변화를 지켜본 뒤 계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연내 미국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이 총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어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만났는데 '연내 인상' 시그널을 강하게 줬다"며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예전 발언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 어떤 스탠스를 밝히느냐인데 추가 인상 등의 뜻을 내비치는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안을 택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가계부책 대책과 관련해 "가계부채가 명목소득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억제책이 필요하다"며 "다만 부동산 경기 냉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 자체는 안 건드렸지만 대출단계에서 소득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에 소득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대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상황은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개선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