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성장'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데 이어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역할론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조정에 대한 고심을 내비쳤다. 최근 퇴임한 이주열 전 한은 총재 역시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 안정과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된다"며 이 후보자와 의견을 같이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4일 한은 금통위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한은은 이르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돼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 반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무작정 긴축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후보자는 또 "다양한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이 현상이 물가에 더 영향을 줄지, 성장에 더 영향을 줄지 분석을 해봐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라"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오르는 등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특히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금리를 통해 연착륙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가계부채 대응 차원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은이 신호를 줘야 한다"면서 "총재가 되면 가계대출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자의 고민은 지난 8년간 통화정책을 이끌었던 이주열 총재의 고심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강조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떠나는 날까지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시 나타나면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