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윤상용 쟈뎅 대표 "커피 승부수, 결국은 '맛'"

2016-10-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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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용 쟈뎅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쟈뎅 본사에서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1인당 428잔에 달한다. 하루 평균 1.2잔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국내 커피 시장은 2000년부터 연평균 10% 가까이 성장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이 14만톤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번화가뿐 아니라 주택가 골목에서도 커피숍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은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커피공화국'이다.
국내 커피 시장이 이렇게 커지게 된 시기는 1990년대부터다. 원두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잇따라 론칭했고, 다방식 커피문화에서 벗어나 원두커피 시장이 열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쟈뎅이 있었다.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쟈뎅 본사에서 만난 윤상용(41) 쟈뎅 대표는 "당시 전체 커피 시장의 99%가 인스턴트커피였던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좋은 원두커피를 소개해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도 인스턴트커피와 다방 문화를 넘어선 원두커피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쟈뎅을 국내 원두커피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인 된 셈이다.

△국내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 커피타운'

1988년 서울 압구정동에 처음 선보인 원두커피 전문점 '쟈뎅 커피타운' 1호점에서는 에스프레소, 카페오레, 카푸치노 등의 커피를 1000원 안팎의 가격에 판매했다. 다방 커피 가격이 2000원 이상이었던 시절,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커피 문화를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인 것이다.

윤상용 대표는 "1980년대에는 아직 커피 시장이 확산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아버지인 윤영노 회장님(크라운제과의 창업주 고(故) 윤태현 회장의 4남 중 둘째)은 과자·빵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며 "제대로 된 커피를 소개하고, 고급 문화 전파를 통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업은 쉽지 않았다. 당시 커피 등 음료와 케이크, MD를 함께 판매하는 매장은 법규상 불법이었다. 가맹점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인테리어나 가맹비를 따로 받지 않은 탓에 본사에서는 큰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로 매장은 늘 인산인해를 이뤘다. 1990년대까지 20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했으며, 소비자들은 커피의 '진짜 맛'에 눈 뜨게 됐다.

그는 "사업이라고만 생각했으면 가맹점 확대에 집중하고 가맹비와 커피값도 높게 책정했을 것"이라며 "인스턴트에 대항해서 원두커피 사업을 확산하려는 마음에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상용 쟈뎅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쟈뎅 본사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쟈뎅,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제조사로

결국 윤 회장은 1990년대 중반 가맹사업을 정리하고 제조업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했다.

1990년대 말 이마트와 남양유업에 파트너사로 커피 제품을 생산하면서 커피 유통사업이 확대됐고, 2000년대 들어서는 편의점에도 진출했다. 이때 편의점을 겨냥해 원두커피 추출액으로 만들었던 '리얼 아이스'(현재의 '까페리얼') 파우치 제품이 탄생했다.

당시 쟈뎅은 원두를 활용해 따뜻한 커피를 만드는 데는 자신이 있었던 반면 아이스커피 제품군은 빈약한 상황이었다.

윤 대표는 "커피 판매는 겨울에 집중됐기 때문에 여름에는 그야말로 '손가락을 빠는 상황'이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름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을 때 다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괴짜 같았던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여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나올 수 있도록 파우치형 아이스커피 제품을 출시하고 얼음이 담긴 전용 컵을 함께 제공했다. 당시 파우치 형태의 커피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볼 수 없는 제품군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컸다. 편의점에서 저렴하고 편리하게 맛있는 한 잔의 커피를 마시려는 소비자 니즈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쟈뎅은 커피 로스팅뿐 아니라 추출에도 큰 강점이 있기 때문에 까페리얼의 성공을 자신했고, 실제로 '대 히트'를 쳤다"며 "요즘은 오히려 겨울 매출을 걱정할 정도"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소비자 타깃과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형태로 시장을 세분화해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새로운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와 도전 정신 덕분에 늘 다른 회사보다 앞선 제품을 보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제품군 확대·두자릿수 성장 목표

쟈뎅은 올해와 내년 커피 제품군을 확대하고 외형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그중 하나로 선택한 아이템이 '콜드브루'다.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을 이용해 장시간에 걸쳐 커피를 추출하는 모든 방법을 포괄하는 용어다. 쓴맛이 덜하고 풍미가 좋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커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고급스러운 맛과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의 요구가 만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콜드브루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질소를 충전한 콜드브루, 콜드브루 형태의 차(茶) 등 새로운 모습의 음료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성비' 좋은 브랜드인 만큼 프리미엄 커피에 대한 욕심이 생길 법도 하지만 윤상용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비싸고 좋은 원두를 비싸게 파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손익을 크게 취하고 가파른 사업성과를 얻기보다는 소비자에게 더 좋은 원두커피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윤 대표가 원하는 사업 방향 역시 좋은 원료를 값싸게 구입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통·판매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쟈뎅은 2014년 매출 415억원에서 지난해 460억원으로 11%가량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9억원대에서 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윤상용 대표는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커피 사업 확장에 나선다.

"30년 이상 커피 분야 하나만 파고 있는 만큼 해외 어느 원두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해도 시장 자체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도 가치 있는 로컬 브랜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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