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남은 카드는 없어 보인다

2016-10-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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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주혜 기자 ]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미국이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임금 인상 없이 가계 소비를 지탱해왔다고 비판했다.

우선 여성들을 노동 시장에 진입시킨다. 두 부부가 맞벌이를 해도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초과근무를 시킨다. 그래도 여력이 안 된다면? 빚을 지게 한다.

라이시 교수는 1978년과 2010년을 비교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1978년 남성 노동자는 평균 4만8000달러를 벌었고, 최상위 1%는 평균 39만달러를 벌었다.

2010년이 되면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진다. 노동자는 70년대보다 적게 버는 반면 최상위 1%는 두 배 이상 더 번다.

그는 임금이 지난 30년간 정체됐는데도 앞에 언급한 3가지 카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있었다고 꼬집는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970년대 후반 젊은 엄마들이 대거 일터로 나갔다. 남편 소득이 늘어날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 남녀 할 것 없이 초과근무를 한다. 두 부부는 밤늦게까지 투잡 혹은 쓰리잡을 뛰며 생활비를 댄다.

열심히 일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세 번째 카드는 대출 문을 열어 말 그대로 빚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터지는 순간,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이를 방증한다고 라이시 교수는 지적한다.

라이시 교수의 주장은 마치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것 같아 간담이 서늘하다. 맞벌이 가구는 전년 대비 2만명가량 증가해 지난해 520만6000가구(43.9%)를 찍었다. 혼자 벌어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취업자의 시간당 실질 임금은 15.67달러로 OECD회원국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했다. 부족한 임금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장시간 근무를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말할 것도 없다.

이쯤되면 의문이 든다. 정부는 라이시 교수가 비판한 세 가지 카드를 금과옥조로 받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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