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외식업계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법 시행 직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등 김영란법 대상자들이 밀집한 직장가 인근의 고급 음식점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하면서도 '시범 케이스'가 돼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저녁 식사약속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제하거나 경조사를 간소하게 챙기는 등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광화문에 위치한 한 불고기 체인점에서는 2인 5만9800원, 3인 8만6900원짜리 스키야키 불고기 세트를 내놨다. 메뉴판에는 아예 '김영란'이라는 마크를 커다랗게 새겼다.
다른 음식점들도 3만원 이하의 메뉴를 출시하고, 인건비 부담으로 종업원을 줄이는 등 대책에 나섰다. 다만 손님 대부분이 '김영란 정식'을 주문했지만 손님 끌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평소 정치인들이 주로 찾는 여의도의 한 보리굴비 전문점은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3만8000원이던 보리굴비 정식을 2만9800원으로 조정했지만 예약은 반 토막이 났다. 샤브샤브 음식점 역시 4인 기준 11만9000원 샤브세트를 마련했지만 예약이 전주대비 40% 가까이 줄어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1만원 미만의 식당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도 아니었다. 굴국밥집, 청국장집 등 비교적 저렴한 백반집 등에 손님들이 북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이용객 수는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8000원, 9000원짜리 메뉴를 판매하는 국회 본청 3층 의원식당에는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120~130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의원식당의 경우, 국정감사 기간에는 평소(70~80명)보다 많은 인원이 찾기 때문에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외식업계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대책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업주 스스로의 노력만 있을 뿐, 정부의 뚜렷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법 시행으로 외식업계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지만 정책 입안에는 고려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어떤 변화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당장 개선방향을 찾기 어려워 외식업계가 느끼는 파장은 큰 게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