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조조정 방침에 철강·석화업계, 일제히 ‘환영’…속으로는 ‘부글’

2016-10-0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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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정부의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관련 협회들은 ‘환영한다’는 뜻의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 방침에 대놓고 반대는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의 ‘학습효과’로 ‘정부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팽배해지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철강·석화 구조조정 핵심은 설비 감축이다.

정부는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으로 철강은 후판, 석유화학은 테레프탈산(TPA)을 지목하고 각각 생산량의 50%, 30%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후판은 설비 가동 중단과 매각, 사업 분할을 통해 생산량을 줄이도록 했으며 TPA는 기업 인수합병(M&A)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두 품목 모두 향후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후판 과잉생산률이 현재 12%에서 2020년에는 4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각 협회는 정부의 이번 발표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철강협회는 “미래지향적이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돼 기대가 크다”면서 “수요침체가 우려되는 품목은 업계가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석유화학협회 역시 “적극 환영한다”면서 “이번에 제시된 사업재편을 적극 추진하고 기술개발을 통한 고기능 첨단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는 등 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들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 및 회원사와 함께 적극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을 줄여야하는 업체들은 속내는 다르다.

철강업종 중 후판의 경우, 현재 수요산업인 조선업황이 좋지 않아 주문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줄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포스코(후판 공장 4곳) 현대제철(2곳) 등 철강업체들이 후판 생산시설을 절반가량 줄이는 대신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개발하는 쪽으로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도 민감한 문제지만, 설비는 한번 줄이면 다시 늘리기 어렵다. 가동률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오히려 중국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설비를 통폐합하고 생산량을 줄였다가 시황이 다시 좋아질 경우 부족한 공급량을 채우기 위해선 중국산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쟁관계에 있는 업계간 자율적으로 M&A를 진행하라는 것이 당장 현실성면에서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M&A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당장은 낮은 유가 덕분에 수익을 내고 있어 TPA 공장을 매물로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TPA 생산업체는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 5개 회사다. 연간 생산능력은 한화 200만t, 삼남 180만t, 태광 100만t, 롯데 60만t, 효성 42만t으로 집계된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한화, 삼남, 태광 등 3개 업체 중심으로 사업재편을 하라는 소리”라면서 “일부 대형 업체들의 입장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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