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현재 진행 중인 개인 신용대출에 더 집중하고, 기존 금융시장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성준 렌딧(LENDIT)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 위치한 렌딧 본사에서 만난 김성준 대표는 자신의 경영 방침을 이같이 밝혔다.
렌딧은 현재 P2P(Peer to Peer·개인간) 대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3월 설립 이후 1년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P2P 금융은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해 개인간 금융 거래가 이뤄지는 '중개의 장' 역할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는 렌딧 이전에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친구와 함께 시작한 사회적기업 '½ 프로젝트'와 미국에서 스탠포드 대학원을 그만두고 만든 소셜커머스 '스타일세즈(StyleSays)'다.
두 사업 모두 수익성 등의 한계에 부딪쳤고 2014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렌딧의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됐다.
그는 "급전이 필요해 은행에 갔더니 약 6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탓에 국내 신용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며 "다음으로 간 저축은행에서는 시중은행의 5배에 달하는 22%의 대출 금리를 제시해 몹시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그가 빌리려 했던 금액은 1500만원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의 금리 괴리를 몸소 실감한 순간이었다. 당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7조원 규모의 P2P 금융회사 '렌딩클럽'에서는 연리 7.8%로 3000만원 대출이 가능했다. 대출 과정 또한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진행됐다.
김 대표는 "그때 중금리 금융서비스가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해 삼성화재 출신 금융전문가 박성용 이사와 렌딧을 공동 창업했다"고 전했다.
최근 사잇돌 대출 등의 정책금융상품이 꾸준히 출시되는 것도 중금리 수요가 많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신용정보 수집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신용 관리가 수월하고 그만큼 손실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만큼 대부 및 저축은행, 은행연합회 등의 정보가 체계적으로 취합된 나라가 없다"며 "미국(800조원)의 4분의 1 규모인 중금리 대출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렌딧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꼽았다. 투자성향에 따라 여러 대출 채권에 분산 투자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최근 1년간 누적된 분산투자 데이터(70만건)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투자를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포트폴리오마다 100건가량의 대출 채권이 묶여 있다.
그는 "렌딧에서 이뤄진 분산투자 건수는 동종 업계 전체(35만건)보다 2배 이상 많다"며 "국내 P2P 금융회사 최초로 포트폴리오 투자를 선보인 데 이어 수익률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우선 개인 신용대출에서 나아가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산업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겠다는 각오다. 궁극적인 목표는 운영 비용 절감이라는 금융산업의 효율성 향상이다.
은행 지점이 감소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상황에 맞춰 알고리즘을 분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렌딧은 지난해 4월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알토스벤처스 및 엔젤투자자들로부터 58억5000만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그는 "인수 제의도 있었지만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에 거절했다"며 "아직 영업이익보다는 사업의 성장성을 고민할 시기라는 점을 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