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특검) 도입과 세월호 특별법 추진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10월 정국도 안갯속 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9월 정국이 이른바 ‘해임안 정국’에 갇히면서 파행의 덫에 빠진 상황에서 이념 갈등의 화약고인 이슈들이 곳곳에 산적, 대치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 파행 장기화…합의해도 협치 불가능
이 가운데 ‘세월호 특별법’과 ‘어버이연합 청문회’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 녹취록에도 담긴 내용이다. 10월 정국의 이슈도 ‘해임안 정국’과 직접 맞물려있는 셈이다.
여기에 경주 지진 사태를 둘러싼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 부재와 미르·K 재단의 청와대 비선 개입 의혹 등은 정국을 파행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휘발유성 의제다.
특히 백남기 농민 사태와 세월호 특별법, 어버이연합 청문회 등이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4년차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와 정 의장이 가까스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더라도 언제든지 ‘난파선 정국’을 재연할 수 있다는 얘기다.
◆野, ‘백남기 특검’ 추진…與 내부균열만
야권은 이날 검찰이 재청구한 백남기 농민에 대한 법원의 부검 영장 발부에 대해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국정감사 보이콧’ 논란에 따른 내부 균열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백남기 농민 가시는 마지막 길에 칼까지 휘둘러서 뭐하시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난 30년 동안 이번처럼 부검한다고 2번씩 달려드는 것을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장정숙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신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인제 와서 사인을 몰라 영장을 신청한 것은 너무도 치졸하고 패륜적인 일”이라고 힐난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정부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시신마저 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등이 백남기 농민 사태에 대한 특검 도입의 당위성을 피력, 국회 정상화 직후 야 3당은 공조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더민주 한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조만간 당 차원에서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뇌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은 30일 공식 종료된다. 정부여당은 특조위 임기가 부칙에 명시된 만큼, 지난해 1월1일을 활동 개시일로 본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최장 1년6개월이다. 특조위 활동에 종합보고서 및 백서 작성 기간(3개월)을 합산하더라도 9월 말 끝나는 셈이다.
반면 ‘실제 임무수행 시점’을 기준으로 삼은 특조위는 지난해 8월4일 첫 예산이 배정, 내년 2월3일까지 조사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특조위는 지난 28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서울시 이관’을 골자로 하는 ‘4·16 세월호참사 관련 자료의 보관·전시를 위한 4·16 세월호참사 관련 자료 이관(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특별법에는 자료 이관 등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정부여당과 범야권·특조위에 머물던 대립 전선이 서울시로 확전할 수도 있다. 여기에 어버이연합의 관제 시위의 정권 커넥션 의혹까지 덮칠 경우 10월 정국은 협치는커녕 극한 진영 논리로 점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