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시는 사전협의 없는 강제퇴거를 막고 퇴거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의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안의 핵심은 정비구역 지정 시 물리적 요소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주단계 사업장 45곳을 모니터링하고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을 할 때 감독 공무원을 입회시키기로 했다. 또 사전협의 시점을 앞당기고 사전협의체 주체를 구청장으로 지정해 공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실행방안은 △정비사업구역을 지정하는 사업계획단계 △건축물 처분을 결정하는 협의조정단계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로 구성된다.
2단계에서는 지난 2013년 도입한 사전협의체 제도를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분양신청 완료’ 시점으로 앞당긴다. 조합과 세입자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동안 보상금액이 결정된 뒤인 관리처분계획 이후 사전협의를 진행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사전협의체는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 5명 이상이 최소 5번 이상 대화를 하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법령 및 운영기준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된 사전협의체를 올해 안에 조례개정을 통해 법제화할 예정이다. 또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를 기존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변경하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현재 이주단계에 있는 사업장 45곳을 모니터링해 강제철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다. 또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미이주 세대에게 이주‧철거 절차를 안내하고 사전조정활동을 실시한다.
이번 대책은 지난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세입자 이주대책 관련 제도를 보완하고 사전협의 절차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덕마을과 무악2구역 갈등이 일어남에 따라 마련됐다.
시는 지난 20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 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이번 대책안을 수립했다. 시는 앞으로 중앙정부·국회와 협의하고 대법원·경찰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인도집행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사람은 철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강제퇴거는 최종수단이 돼야 한다”며 “용산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든 법과 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원칙적으로 차단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