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첫날] 고급 일식·한정식 '울고' 설렁탕집 '웃고'

2016-09-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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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시행 첫날인 28일 서울 종로구 고급식당가들이 위치한 지하상가가 한산하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28일 본격 시행되면서 고급 일식집이나 한정식집이 밀집된 종로, 여의도일대 식당가는 빈 자리가 수두룩할 정도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영란법이 식사 접대 가격 상한선을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대다수 음식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3만원 이하(2만9000원)의 메뉴를 속속 선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첫날 고급 음식점들은 대부분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광화문 고급 일식집 '미정'의 기존 저녁코스 단가는 3만9000원에서 4만9000원이었다. 그러나 법 시행 후에도 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매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판단에 메뉴를 조정하는 형식으로 1만~2만원가량 가격대를 낮췄다.

'미정'의 최은영 사장(55·여)은 "가격도 내리고 종업원 수도 줄이고 해볼 건 다 해봤는데 예약 자체가 안 들어온다"면서 "김영란법 시행 첫날이라 어수선한데 올해까지는 지켜보고 가게를 접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로 인사동 한정식집 '향정' 대표 김광씨(61·여)는 "김영란법을 통해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고 잘 산다면 기꺼이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가격을 낮췄다는 문자 메시지를 손님들에게 보냈지만 반응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여의도 일식집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태영씨(42·남)는 "여의도는 고급 음식점들이 밀집한 곳으로 평소 점심 때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며 "대부분 예약률이 줄고 빈자리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국내 외식업 연간 매출이 4조1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외식업 매출액 83조원과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향을 받는 고객의 비율 등에 근거한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1인당 식사비가 대부분 3만원을 넘는 한정식집이 61%, 육류구이전문점과 일식집이 각각 55%, 45%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560개의 외식업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6.4%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반면 순댓국집, 설렁탕집, 갈비탕집 등 1만원 이하의 메뉴에 주력하는 식당가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서울시청 인근에서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김민형씨(57·남)는 "우리집 음식 메뉴는 대부분 1만원대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했다"면서 "막상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나니 평소 못 보던 손님들도 많이 찾아오고 점심때 이 정도면 매출이 20% 이상 차이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최장현씨(47.남)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라 아직까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평소보다는 손님들이 북적 늘었다"면서 "김영란법이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깨끗해지고 더불어 우리 갈은 서민들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재난재해로 농가가 피해를 입으면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지만 국가의 정책으로 음식점주들이 힘들어하는데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면서 "시행 초기라 앞으로 몇달간은 법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지켜봐야 할 사항으로 그때도 외식업계의 피해가 크다면 법 개정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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