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합병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막대한 현금을 통해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 등 핵심사업 투자를 늘리고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하락한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주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개편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이번에는 삼성SDI를 삼성전자와 흡수합병해 '선택과 집중'을 꾀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20% 가까운 19.5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합병 후 존속하는 회사가 합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주 및 이전하는 자기주식의 총수가 그 회사의 발행주식 총 수의 100분의 10을 초과하지 않으면 이사회 승인만으로 '소규모 합병'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합병회사는 소규모 합병을 택하면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삼성SDI의 시가총액은 6조7802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22조5625억원 대비 3% 남짓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전자가 발행해야 할 신주는 총발행주식수의 10%를 밑돈다. 크게 돈 들이지 않고도 소규모 합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 및 효율화를 위해 삼성SDI를 합병시키는 방안을 고려했던 삼성그룹이 이제는 보다 원활히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양사간 소규모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소규모 합병 등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잘라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현금보유액은 77조140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8%(5조6044억원) 증가했다. 분기말 기준 사상 최대치로 2011년 말(26조8776억원)보다 287% 급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