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지진 대피요령, 9살 손자는 알고, 60대 할아버지는 모른다"

2016-09-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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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지난 12일 저녁에 발생한 경주 지진. 우리는 얼마나 지진 대피 요령을 알고 있을까.

13일 오전, 택시를 타고 출근하는 길. 60대로 보이는 택시기사님과의 화두는 당연지사 '경주 지진'이었다.

"너무 끔찍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대처할 지 몰랐다"는 것이 택시 기사의 첫 말이었다. 그런데 대뜸 기사 분이 정말 웃지 못할 이야기를 쏟아냈다.

택시기사님 왈 "글쎄, 제가 당황하고 있을 때, 9살짜리 우리 손자 녀석이 이불을 덮고, 물병 하나와 손전등을 가지고, 책상 밑으로 대피하더라구요.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던지"라며 "그 녀석 외 가족들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하나, 아님 이대로 밖으로 나가서 대피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손자 녀석의 지진 대피요령은 정말, 어른인 저로서도 배워야 할 것 같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9살짜리 손자에게 어디서 배웠냐고 묻자, "학교에서 배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9살 손자는 알고, 60대 할아버지는 지진 대피요령을 몰랐다.

[사진=이미지포털 아이클릭아트]


문득, 12일 저녁 지진 발생 당시를 회상했다. 나는 무엇을 했나. 저녁 7시 44분 전진 발생 후 바로 기상청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지진이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미 기상청 홈페이지는 접속 불가 상태였다. 직감적으로 이건 "지진"이라고 판단해, 포털사이트에 '지진 대피요령'을 검색했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에는 '지진'과 '지진대피요령'이 장식을 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2차 본진이 오후 8시 32분께 발생했다. 7시44분에 발생한 전진 보다 더 강했다. 건물에서 '딱'하는 소리와 함께 심하게 흔들렸다. 순간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낮은 곳, 즉, 책상 밑으로 무조건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넓은 곳으로 대피해야 할 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행히, 본진 보다 더 큰 여진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가슴을 강타한 '두려움'은 여진으로 계속 남게 됐다.

13일 부산시는 경주 지진 관련 대책회의를 하고 현재 일본식 지진대응 방식 중심으로 만들어진 부산시 지진대응 매뉴얼을 부산만의 특색을 반영한 새로운 매뉴얼로 바꾸기로 했다.

서병수 시장은 "어제 지진을 실제로 겪어보니 실내에 머물며 탁자 밑으로 피하는 등의 기존 지진 대책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산은 콘크리트 건물이 대부분이고, 초고층 빌딩이 많은 부산의 특색을 반영한 새로운 지진 매뉴얼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또 서 시장은 "부산은 해안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했고, 대부분 지역이 연약지반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시는 또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시는 지난해 전체 공공시설물 전수조사를 벌여 내진보강이 필요한 856개 시설을 선정하고 이 가운데 89곳은 당장 내년부터 내진보강 사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년 사업비 175억원을 국비예산으로 신청했으나 정부 예산안에서 빠지는 바람에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지원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시는 이번 경주 지진이 발생 당시, 재난대응 문자 서비스를 늦게 발송하는 바람에,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시는  늦장 대응을 하지 않기 위해 시청사 등 공공청사에 설치한 지진가속도계측기 자료를 근거로 지진규모나 진동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또, 현재 내진설계된 공공시설물에만 적용하던 인증표시제를 민간건축물로 확대하고, 지진규모 3.5 이상인 지진정보 전달기준도 지진규모 3.0과 지진진도 2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나 시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대처 행동 요령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내진 보강 사업도 중요하다. 지진규모, 진동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당장, 지진이 발생하게 된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갈 곳을 잃게 된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진이 발생하면 어디로 피해야 하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처 방법에 대한 실 교육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 이상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안된다. 천재지변을 '복불복((福不福)'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생명이 너무 귀하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한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정부의 실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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