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다지만 물류대란 여전…수출 전선 비상

2016-09-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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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테이오더 발효로 항만 하역 가능해져

정상적인 하역 작업에 1700억원 추가 자금 필요하지만 지원 협상은 난항

한진해운 소속 한진 그리스호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롱비치 항구에 접안해 하역을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해양수산부]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진해운 선박들이 미국의 압류금지명령(스테이오더) 발효로 미국 항만 하역이 가능해졌다. 이에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빚어진 '물류대란'이 급한 불은 끄는 듯한 모양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는 산더미다.

당장 선박 압류는 면했더라도 정상적인 하역작업을 하려면 여전히 추가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원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물류대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돈이지만 정부와 한진해운의 '책임공방'이 이어지는 등 신속한 자금지원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지난 8월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된 수출 역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류대란이 장기화된다면 이달 말부터 선적이 예정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이후 대규모 세일시즌)를 시작으로 한 연말연시 특수를 놓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11일 정부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 오전(한국시각) 미국 롱비치 항만 인근에 대기 중인 한진 그리스호는 지난달 31일 한진 몬테비데오호의 하역 이후 열흘 만에 하역 작업을 재개했다.

이어 한진 보스턴호·한진 정일호·한진 그디니아호 등 선박 3척 역시 차례로 터미널에 입항해 하역을 재개한다.

한진그리스호 포함 한진해운 선박들은 법정관리로 인해 압류를 우려, 항구에 접안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법원이 전날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 신청을 승인하면서 한진해운 선박은 채권자로부터 압류당할 우려 없이 미국 항만에 정박해 화물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한진해운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 선박 4척의 하역비 용도로 미국 은행 계좌에 1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이다. 국내 항만에 10척, 중국·베트남·중동 등 해외항만에 10척이 하역을 완료했다.

나머지 선박 77척은 부산(광양·36척), 싱가포르(21척), 미국 롱비치(5척)·시애틀(3척)·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등 거점항만 인근에 대기 중이다.

이 중 국내 항만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할 36척을 제외하면 선적화물의 하역 정상화를 위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총 41척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진해운 배들은 미국을 비롯해 스테이오더가 발효된 일본, 영국 항만에도 압류 우려 없이 입항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자금이다.

하역 협상을 완료한 미국 내 4척을 제외하고는 하역비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짐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 선박에서 짐을 모두 내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7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도하는 법원은 물류대란 사태를 풀려면 이 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채권단에 신규자금 지원(DIP 파이낸싱·회생 기업에 대한 대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담보 없이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대주주로서 책임을 이행하겠다며 조양호 회장이 400억원, 대한항공이 60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600억원을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설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이 배임 소지 등을 이유로 담보부터 취득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면서 당장 자금을 투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원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보유 지분 46%)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늦어도 13일까지는 400억원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세계 곳곳에서 발이 묶인 한진해운 선박의 운항을 정상화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스테이오더 승인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하역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면서 물류대란의 근본적 수습은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근본적 해결은 아니지만 물류대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화물을 운송하지 못하게 된 화주들의 요청에 따라 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4척을 미주 노선에 긴급 투입했다.

지난 9일 첫 번째 대체 선박인 '현대 포워드'가 부산에서 화물을 싣고 출발, 20일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대 포워드의 선적 예약률은 96%로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3700개가 실렸다.

두 번째 대체 선박인 '현대 플래티넘' 역시 오는 15일 부산을 출발해 광양을 거쳐 26일쯤 LA에 도착한다.

또한 정부는 수출입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하려면 국적선사의 도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머스크, MSC 등 외국선사의 선박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서 머스크와 MSC는 각각 컨테이너선 6척씩을 투입, 부산을 기항하는 태평양항로를 추가로 개설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 TF 팀장을 맡은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수출입 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해야 하는 측면과 가능한 한 국적선사가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해야 하는 측면을 모두 고려해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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