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금융위원회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며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2013년 9월 동양사태 이후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공모 회사채 발행액만 보면 2008년 69조원에서 2015년 151조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자금조달 수단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 기업 자금조달 시 회사채 비중은 2012년 17%에서 2015년 1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빌린 돈 가운데 회사채 비율도 93%에서 86%로 감소했다. 이뿐 아니라 AA등급 이상 저위험 회사채로 발행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한진해운 부실이 이미 신용평가에 반영돼 있었던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겠지만,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학습효과로 시장을 외면할 수 있다.
엄청난 투자 손실을 입고 나면 적극적인 투자에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지라도 투자자 개개인에 대한 보호는 시장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가 이번 한진해운 사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한 개 회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