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가 또다시 무산됐다.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인 추경이 사실상 적시성을 상실한 만큼, 여야가 극적 합의에 성공하더라도 경제적 제고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여야에 따르면 국회는 1일 본회의에서 추경안 처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원식 개회사를 문제 삼아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즉각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정 의장 개회사 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이정현 대표는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고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도발은 있을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중립적 위치에서 의사 진행을 해야 할 의장이 야당의 당론을 대변하듯이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대대적인 대야 공세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보이콧을 겨냥, “오만·불통하다”고 맞받아쳤지만,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로 맞섰다. 정 의장은 여야에 추경 처리를 촉구하면서도 새누리당이 요구한 사과는 끝내 거부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밤 정 의장과의 면담 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길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심야에 의장실을 점거했다.
더민주는 하루 뒤인 이날 추경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여당이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야당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추경 집행에 따른 경제적 제고 효과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4일 추경을 올 3분기에 모두 집행할 경우 경제 성장률은 올해와 이듬해 0.129%포인트와 0.189%포인트 상승, 고용 창출 효과는 같은 기간 2만7000명과 4만6000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추경안 무산 시 경제 성장률 0.318%포인트, 일자리 7만3000개의 상승효과가 사라지는 셈이다.
추경 조기 집행에 실패(3·4분기 분할 집행)한다면,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은 0.303%포인트로 하락하고 고용 창출 효과도 6만9000개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추경 집행과 관련해 “정부가 추산한 경기부양 및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집행 가능성이 높은 사업 편성과 신속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경 본회의 처리가 추석을 넘긴다면,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의 단비가 되기는커녕 적잖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