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5일 저장(浙江)성 성도 항저우(杭州)시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라고 예외가 아니다. 항저우 시민들은 G20을 앞두고 '특별 휴가'라는 원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됐다. 당국이 1일부터 일주일 동안 항저우에 공휴일을 선포한 것이다. 자동차 운행 홀짝제도 시행된다. 행사 기간 보안 검색과 교통 정체가 골칫거리로 떠오르자 내놓은 처방이다. 시의 기능을 일시 정지시키더라도 목적 달성만 하면 되니까.
시민들은 보안 강화에 따라 항저우가 '철통 감옥'으로 변해버렸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당국은 시민들에게 차라리 휴가를 떠나라고 종용한다. 휴가 기간 명승고적 입장료는 물론 저장성 내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무료로 해준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휴가 출발에 앞서 사람들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식당은 벌써 문을 닫았다.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헛소문도 난무한다. 시민들이 생필품 구입난을 호소하자 당국은 "모든 수퍼마켓과 농식품 시장은 문을 열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안 검색 때문에 소포 배달은 엄청나게 늦어졌다. 정부가 항저우 G20 준비에 무려 27조원이나 쏟아부었다는 등 유언비어가 나돌자 당국은 '7대 루머 해명'이란 걸 발표하기도 했다. 항공기 이착륙에도 비상이 걸렸다. 항저우 샤오산(蕭山) 공항은 항공 당국으로부터 최근 엄중 경고를 받았다. 정시 이착륙 비율이 전국 공항 가운데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G20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한껏 드높이고 싶어 한다. 항저우는 수많은 요소를 고려한 끝에 낙점됐다. 중국 문화의 향기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남송 때 수도로 중국 7대 고도(古都)중 하나로 꼽힌다. '인간 세상의 천당'이란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북송 때 대문장가 소동파(蘇東坡)는 항저우에서 두 차례 관리 생활을 하는 등 이 곳과 인연이 깊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항저우에서 저장성 서기를 지냈다.
중국은 이번 G20에서 글로벌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공언해놓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이나 북한 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 논쟁거리들은 정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회원국들도 경제성장 이슈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데 공감을 표시했다고 중국 정부는 전한다. 중국으로선 이번에 일대일로(一帶一路) 세일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서부~중앙아시아~유럽 간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중국 남부~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 사이의 해상 실크로드(일로)는 주변 국가들에 경기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일대일로야말로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발전하는 중국'이라는 급행열차에 동승하라고 권한다. 세계 경제의 재균형이 이를 통해 실현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중국의 의도대로만 진행될 수 있을까. 회원국 정상들 간 양자회담에서 거론될 불편한 현안들은 적지 않다. 특히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영유권 논란은 가장 뜨거운 문제다. 중국은 미국·일본과 이를 놓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평행선을 그을 것이다. 대국을 자칭하면서 상설중재재판소 판결까지 무시하는 건 그에 걸맞은 행동이냐는 지적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시 주석이 주변국 외교의 키워드로 제시했던 친(親)·성(誠)·혜(惠)·용(容)은 이제 오간 데가 없는 듯하다.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면서 정성을 다하고 중국의 발전 혜택을 나누면서 포용하겠다고 했던 그것 말이다. 중국은 이대로라면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에 완력으로 자신들을 불안하게 하는 나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사드 문제가 논의되겠지만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 주석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항저우 G20은 한·중·일 정상회담 연내 성사를 위한 결정적 기회로 꼽힌다. 한·중·일 3국 간 협력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3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의 5분의 1이나 된다.
중국은 항저우 G20를 거치면서 새삼 깨달아야 한다.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책임있는 대국이 되기 위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중국의 꿈'은 주변국 반대 속에 중국 혼자서만 이룰 수는 없다는 사실도. 외교에 있어서는 일방적으로 공장문을 닫게 하고 교통을 봉쇄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아주경제 중문판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