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으로 무장한 산업은행, 다가올 구조조정 파고 넘을까

2016-08-31 18:17
  • 글자크기 설정

산업은행 전경[사진제공=산업은행]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대우조선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한진해운 법정관리까지 산업은행이 원칙론을 고수했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꽤 좋은 편이다. 

이번에 풀어야 할 문제는 현대상선의 새로운 CEO 선임이다. 각종 외압을 극복하고 이번에도 원칙론을 고수할 수 있을지 업계도 기대하는 눈치다.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번처럼 원칙론을 고수한다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을 마다하지 않고 원칙대로 처리하면서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산은은 현재 현대상선 신임 CEO 선임과 조선업 컨설팅 보고서에 따른 구조조정 방향 설정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실질적으로 결정한 산은의 판단 기저에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이동걸 산은 회장은 "개별 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구조조정의 대원칙이다"라며 "용선료 인하 및 선박금융 만기 연장 등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한진 측이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율협약를 종료하고 회생의 길을 걷고 있는 현대상선의 경우 오너인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과 현대증권 등 계열사 매각으로 유동성 문제를 자체적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경우, 금융채무가 아닌 상거래채권 연체자금(약 6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구안(약 5000억원)을 제시하는 등 현대상선에 비해 크게 미흡했다. 형평성 논란과 더불어 ‘유동자금의 자체 해결’이라는 구조조정의 대원칙에서 벗어난 셈이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한진해운에 자산매각 등 선제적인 조치를 촉구했지만 상황인식이 굉장히 안이하다는 걸 느꼈다"며 "수익은 저하되고 비용은 계속 늘어 가는데 그저 운임만 상승하면 해결될 거란 식으로 대응하면서 일처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조선의 학습효과로 인해 국책은행들도 이제 구조조정의 원칙을 고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무엇보다 회생을 위해 죽기살기로 임한 현대상선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채권단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새로운 CEO 선임 과정에서도 산은의 '원칙론'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도움을 받아 회생을 방안을 찾는 만큼 낙하산 인사 등 외부 요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경영능력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7월 상반기 경영설명회에서 "9월 초까지 해운업에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현대상선의 새로운 CEO로 선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해운업계에서는 근해선사들과의 역할 분담 등을 이유로 국내 전문가를 선호했지만,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외국인 CEO 선임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산은 등이 포함된 경영진추천위원회는 현대상선의 새로운 CEO 선임을 위해 헤드헌터사 3곳에 후보군 물색, 현재 2~3명으로 압축한 상태다. 외압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는 헤드헌터사는 외국계로 선정했고, 나머지는 선정된 후보들은 교차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산업은행이 모든 걸 잘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동안 구조조정 지연 등에 대해 천문학적인 수업료를 치르고 어느 정도 교훈을 얻었다고 평가한다"며 "한진해운 뿐만 아니라 대형회사들의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과거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