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국회 들어 ‘협치’를 강조했던 여야가 정기국회를 목전에 두고 ‘대치’ 국면으로 돌입했다.
여야는 30일 오전 9시 본회의를 열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처리를 약속했으나, 여여 간 충돌로 예결위가 무산되면서 본회의도 열리지 못했다. 연쇄적으로 본회의 직후 예정됐던 1박2일 일정의 새누리당의 의원 연찬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일단 새누리당은 정부가 내놓은 추경안의 변경은 ‘야당의 폭거’ ‘위헌’이라고 반발하며, 추경 처리 없이는 백남기·서별관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도 없다며 강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구도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여야의 8·30 추경안 처리 합의안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향후 정국은 새누리당에 계속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야당은 정기국회 첫 포문을 열게 된 1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와 같은 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기다 5∼7일 중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가 열리고, 8∼9일 예정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는 정부여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날릴 예정이다.
또한 다음달 26일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각종 비위 의혹과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 강행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쟁 등이 여의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통과를 고대하는 노동개혁 4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규제프리존법 등 경제활성화 쟁점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도 수적 열세인 여당이 얼마나 방어막을 칠지도 주목된다.
문제는 20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정기국회에서 국회 상임위원회 내 여당의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18개 상임위 모두 야당 의원들을 합치면 여당 의원들보다 많다.
특히 지난 14일 '고용노동부의 2015년도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처음으로 야당 단독 처리한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 16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7명이다. 국민의당(2명)과 정의당(1명)을 더하면 야당만 10명이나, 새누리당은 6명에 불과하다.
국회법상 여당의 대처 카드는 최장 90일간 이견을 조정 ‘안건조정위원회’ 설치 요구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되면 주요 법안 처리와 관련,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협상 시간을 벌수는 있지만, 법안 통과 또는 무산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결국 원내지도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얼마나 ‘협치’를 하느냐에 따라 정기국회의 파행 또는 순항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궁합이 나쁘지는 않아, 정기국회 순항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와 추미애 더민주 신임 대표가 58년 동갑내기임에도 사드 배치 등을 두고 각각 ‘찬성’과 ‘반대’ 당론을 추진하는 등 극명하게 갈리는 입장이 많아, 20대 국회에서도 적잖은 여야간 이전투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사안별로 새누리당과 더민주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국민의당이 언제 어떤 식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