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부채 활용은 원하는 자산의 취득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률 향상에도 도움을 줘 가계를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다. 반면 상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부채의 활용은 파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즉 부채는 사용하는 그 사람의 재정 상태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다소 식상한 재테크 십계명 같은 것을 보면 '부채부터 없애라'가 가장 위에 자리잡고는 했었는데 최근 순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아마 워낙 금리가 낮아 이자 부담이 크지 않거나 아니면 대출이 너무 많아 부채부터 없애려다 보면 다른 재테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언급을 피하는 것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출발이 좋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은퇴 후 주택연금을 활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노후자금이 있어야 비로소 부채와 영원한 이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부채 없이 살았다 한들 주택연금을 활용하게 되면 결국 부채가 쌓이게 되는 꼴이다. 비록 당장 갚아야 할 이자도 없고 추후 정산하면 그만이어서 현금 흐름에 별 영향은 없지만 말이다.
부채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부채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소득이고, 소득이 뒷받침된다면 부채는 분명이 약이 된다.
가계부채가 문제되는 시기는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하는 시기 또는 갑작스런 퇴직이나 이직으로 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때다.
이런 일들은 경제 버블이 꺼질 때 흔히 발생한다. 아무리 담보대출을 제한하고 원리금상환 비중을 늘려도 과열된 경제 버블이 터지면서 소득이 감소될 땐 속수무책이란 것을 과거의 경제 위기를 돌이켜보면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최고의 재테크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다음으로 임대소득이나 배당소득 등 제2의 소득을 만들 수 있는 인컴 자산을 취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리금상환이나 고정금리를 강요하거나 집단대출을 제한하고 공공택지 분양 주택 물량을 줄이는 것으로 가계부채의 양적 개선은 가능할 지 몰라도 질적인 개선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