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중국의 한류(韓流) 콘텐츠 제재가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에 따르면 중국 장쑤(江蘇)TV는 앞선 21일 예능 프로그램 '개세영웅'(蓋世英雄)을 방영하며 가수 싸이와 뮤지컬 그룹 아이콘 등 한류스타들의 출연 장면을 통편집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했다.
아직까지 중국 정부는 한류 제재를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를 관리·통제하는 광전총국이 오는 9월부터 자국 내 자치성 방송사에 한류스타의 출연을 금지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환구시보는 지난 4일 '서울은 한국 드라마와 한국 스타가 중국에서 차단되는 것을 책임져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류가 중국의 차단을 만나게 되면 그건 한국 측의 자업자득…중국과 한국의 대치가 계속되면 한국 측은 더 큰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11일 "중국 광전총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문서에 의해 제재하지는 않았지만 유선 등으로 중국의 위성방송사들에게 한류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 등의 출연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했으며 중국 내 방송사, 배급사, 온라인 인터넷회사 등 한류콘텐츠 업체들의 거래처나 사업파트너 회사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또 "중국 현지 제작사들은 한국관련 콘텐츠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한류'라는 표현조차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의 한류 제재를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되고,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형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국적'인 콘텐츠만 고집할 게 아니라, 중국·일본·동남아 등을 두루 아우르는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한류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4년 국가별 한류 콘텐츠 수출 현황'에 따르면 중국(홍콩 포함)은 13억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6.2%를 차지했고, 지난해 10월 발간된 한중사회과학연구 제13권 제4호에 실린 '중국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를 보면, 한류로 인한 중국 수출액은 총 17억6700만 달러(1조9600억여 원)로 추정된다. 6조9000억여 원 규모의 국내외 한류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큼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 전문가들은 정치·외교적 갈등 상황이 아니라도 중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류 '밀당'을 할 수 있다며, 동남아·유럽·중동 등으로 한류 시장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완벽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웹 콘텐츠 등 새로운 유통경로를 개발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중국의 한류 제재가 한국의 '밥줄'을 움켜쥐는 산업 피폐화의 원흉이 될지, 한류 체질개선의 마중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