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종착역을 향해가던 가운데 지난 26일 이인원(69)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이 돌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난관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오히려 검찰 측에서는 수사의 방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갑작스런 비보에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28일 이 부회장의 장례식이 이틀째에 접어든 가운데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가 점차 진정되는 모양새다. 전날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각 계열사 사장단이 조문을 다녀갔다. 이날 아침에도 롯데 임직원 및 관계자들이 조문 행렬을 이어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전형적인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 역시 고인의 행적조사를 한 결과, 별다른 타살 징후가 발견된지 않아 사건을 사실상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당황스러운 측은 검찰이다. 소환 조사를 앞둔 상태에서 이 부회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롯데그룹 수사의 핵심적 정보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관계자의 죽음을 통해 여론의 향배가 복잡하게 갈릴 가능성도 더 커진 셈이다.
다만 검찰은 수사 일정을 재검토할 뿐 수사의 범위와 방향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달 반 동안 이어져온 수사의 흐름에 변동을 줄 수 없다는 입장에서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장례 일정만 고려해 수사 일정을 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번 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를 불러 조사하려는 계획은 조금 더 미뤄지게 됐다.
이 부회장의 죽음은 신 회장의 머릿속도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 부회장은 유서를 통해 조직과 신 회장을 옹호했지만 극단적 선택의 행위 자체가 주장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온라인의 여론을 살펴보면 당당하게 조사를 받지 않은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의견도 많다.
아울러 롯데가 현재 산적한 현안들이 그룹 내 핵심적인 경영인의 공백이 생김에 따라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롯데는 현재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완공부터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정상화, 롯데홈쇼핑 영업제한 조치 협상, 호텔롯데의 상장,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책임 등 각 계열사에서 살펴봐야 할 문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위해 롯데가 보유 중인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의 처리 여부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비리 수사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롯데그룹에서 그간 신 회장과 함께 경영 전반을 이끌어온 최고참 인물의 갑작스런 공백은 신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조문 여부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컨디션이 조문을 갈 정도로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조문 계획은 없다"고 28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