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레’ 신하균, 평범하게 때로는 범상찮게

2016-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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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레에서 주연 중필역을 열연한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대기업 과장에서 희망퇴직자로 전락한 서른아홉의 아저씨. 영화 ‘올레’ 속 중필을 두고 배우 신하균(42)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비롯해 ‘박쥐’, ‘빅매치’에 이르기까지. 그에게서 ‘평범함’을 읽는 게 더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하균은 평범한 아저씨 중필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자기 식대로 중필을 읽고, 써내려갔다.

8월 25일 개봉된 영화 ‘올레’(감독 채두병)는 인생에 적신호가 뜬 세 남자의 일탈을 그린 작품이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 소식에 제주도로 모인 세 친구의 일들을 엮은 작품이다.

극 중 신하균은 까칠한 남자 중필을 연기해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도 “비슷하지도 닮지도 않은” 인물이지만, 신하균은 자신만의 색깔로 중필을 채워나갔다.

영화 올레에서 주연 중필역을 열연한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채병두 감독님은 중필이 청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청년의 모습? 이걸 어떻게 보여줘야 하나 걱정이었죠. 고민 끝에 여자를 대할 때 수줍어한다거나 머뭇거리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로 했어요. 특히 감독님은 여자들 앞에서 보이는 미소를 좋아했죠. 그런 게 쌓이면서 캐릭터가 조금 더 귀여워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 초반엔 채 감독이 생각한 중필과 신하균이 생각한 중필 사이에 큰 간격이 있었다. 청년 같은 중필을 원했던 채 감독과 딱 그 나이 또래를 그리고자 했던 신하균 사이의 간극이었다. 그 인물의 간격을 눈치챈 것은 “차를 대여하는 장면”이었다.

“극중 수탁(박희순 분)을 몰아붙이며 구박하는 장면이었는데 제 연기 톤이 감독님의 생각보다 좀 더 셌었던 거죠. 머리를 때리거나 화를 내는 게 생각보다 거칠게 나와서. 하하하. 채병두 감독이 정말 노련하다 생각했던 건 바로 이때였어요. 사실 연출자가 정해놓은 톤에 변화가 생기면 당황하실 법도 하잖아요? 하지만 감독님은 ‘하균 씨 생각대로 가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중필이 나오게 된 거였어요. 친구들 앞에서의 행동과 여자들 앞에서의 행동이 큰 차이를 갖게 된 것도 그런 거였죠. 이상하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네요.”

채병두 감독은 중필의 얼굴에 깃든 청년의 모습에 집중했다. 배우 신하균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면면들을 포착한 것이다. 청년 같은 그의 면모들은 영화의 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마흔 살을 앞둔 아저씨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 천방지축 소년 같은 친구들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영화는 더 산뜻해질 수 있었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에 일조하게 됐다.

“저 역시 중년 친구들끼리 모였을 때 그 철없는 모습, 옛 추억 같은 정서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 걸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우정과 사랑,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같은 거죠. 거기에 현실의 답답함을 벗어나고픈 마음도 곁들여서요. 일탈 아닌 일탈과 해방감이 딱 우리 나이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어요. 제 모습과는 다르지만, 주변 친구들에게는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였거든요. 시나리오를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친구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영화 올레에서 주연 중필역을 열연한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누구에게나 중필·수탁·은동 같은 면모가 있다. 신하균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는 은동(오만석 분) 같은 중간자적 입장인 그는 사랑에 관해서는 중필과 같았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제대로 된 고백도 하지 못했던 용기 없던 바보였다"는 그는 “솔직하지 못하고 꾸미려고만 했다"라고 어린시절에 대해 수줍게 말했다. 현재의 신하균은 점차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으며, 있는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배우 생활이 길어질수록 고민하는 것들도 많아지죠. 새로운 걸 찾았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우리가 지금 처한 현실, 그것에 대한 공감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들은 공감할 수 있되 영화적으로는 신선한 표현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캐릭터가 새로우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사실 그건 의무죠.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고 같은 이야기일지라도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려드리는 것이요. 그게 우리 일이니까요.”

낯섦과 공감. 두 이질적 단어는 신하균에겐 중요한 키워드다. 이는 그의 필모그래피와도 깊은 연관이 있으니 말이다. 일상적 캐릭터와 비일상적 캐릭터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에게 의무와 부담감에 관해 물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상한 역할을 많이 했었죠? 하하하. 어릴 땐 그런 영화들을 좋아했었어요. 소위 B급 무비라고 하죠? 실험적이고 독창적이며 공격적인 영화들. 주류에 얽매이지 않는 용기 있는 영화들이요. 그 상상력과 만듦새에 굉장히 호감을 느꼈는데 마침 제가 연기를 시작하던 시절, 그런 영화들이 많이 나왔었어요. 요즘엔 그런 캐릭터를 만날 만한 기회가 적지만 그로테스크한 영화들도 재미있다면 하고 싶어요. 장르나 그 작품을 정의 내릴 수 없는 영화요.”

영화 올레에서 주연 중필역을 열연한 배우 신하균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어느덧 데뷔 18년 차. 늘 청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잊고 있던 부분이었다. 이제 마흔두 살을 맞은 그에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아직 뒤돌아볼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전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되게 잘 잊어버리거든요. 옛날 생각을 하면 후회되는 일들도 많고 행복한 순간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부족하고 힘들었던 것을 후회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요. 미래도 마찬가지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먹고, 취하고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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