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상륙작전' 김희진, 마술 같은 순간

2016-08-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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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류장춘 역을 맡은 배우 김희진[사진=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때때로 그런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예컨대, 수년간을 바쳤던 일들을 한순간에 접어버리고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 일 같은 것들. 물론 흔한 경험은 아니다. 인생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정도의 일이 누구에게나 벌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배우 김희진(28)에게는 그런 ‘마술’ 같은 일이 벌어졌고, 일순간 매혹시켜버렸다.

결심이 서고부터는 모든 일이 ‘운명’처럼 흘렀다. 마술 회사를 그만두고 동아방송예술대학에 입학해 당시 교수였던 이범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소속사 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되었고 연극, 단편영화 등으로 얼굴을 서서히 알려갔다. 그리고 또 한 번, 운명처럼 첫 상영화인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을 만나게 됐다. 림계진(이범수 분)의 오른팔이자 인천지역의 모든 군사전략을 꿰고 있는 주요 인물을 연기할 기회였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류장춘 역을 맡은 배우 김희진[사진=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천상륙작전’이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류장춘 역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은데
- 잘 모르겠다. 사람들은 제가 류장춘인 줄 모른다. 하하하.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만큼 평소 제 모습과 영화에 간격이 있다는 거니까. 아! 이상하게 헬스를 할 땐 사람들이 알아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 ‘인천상륙작전’이라는 것이, 김희진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 사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냥 모두 알고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대본을 읽으며 숨은 영웅들이 따로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게 죄송스러웠다. 누가 안 되려고 노력했다. 무대인사 때마다 늘 말씀드린다. ‘역사적 사실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그야말로 운명 같은 작품이다. 촬영 전 부상도 입었지만, 가까스로 ‘인천상륙작전’에 합류하게 되었다고
- 촬영을 4주 앞두고 다리가 부러졌다. 액션 연습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흉터가 남을 정도로 큰 수술을 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데뷔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환희 속에 살았었는데 수술을 결정하며 크게 낙담한 거다. 보통 수술을 하면 8주간 꼼짝할 수 없다던데 다행히 4주 반 만에 뼈가 85% 붙었다. 제 회복력에 모두가 놀랐다. 하하하. 정말 감사한 건 감독님께서 끝까지 기다려주셨다는 거다. ‘류장춘은 너밖에 못 한다’는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감독님께 아직도 감사드린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류장춘 역을 맡은 배우 김희진[사진=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는 다 설명되지 않았지만, 김희진이 그린 류장춘, 그의 역사가 있을 것 같다
-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다. 림계진이 신뢰하는 장교인데 그는 과연 소련파일까 하는 부분부터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비행기 신 같은 경우에는 류장춘이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그의 부모님은 어땠을까 생각하며 인물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그래서 그 장면을 보면 반은 대사고 반은 제 애드리브다. 하하하.

류장춘의 첫 등장 또한 인상 깊다. 림계진, 장학수의 첫 만남과 더불어 작전을 설명하는 중요한 신이었다
- 브리핑 신이 가장 떨렸다. 그게 두세 번째 촬영이었는데 제대로 대사를 치는 건 처음이었다. 이범수 선배, 이정재 선배, 박철민 선배 등 많은 선배 앞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보여드리는 거라서 정말 긴장이 많이 되더라. 아니 긴장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하하하. 그래도 연습을 많이 해놨던 게 도움이 됐다. 자면서까지 연습을 했더니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그 덕에 이정재 선배와 이범수 선배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사실 칭찬 받기 어려운데….

교수님이자 소속사 대표인 이범수 앞에서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겠다
- 쉽지 않다. 하하하. 제게 처음으로 연기를 가르쳐준 분이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저나 (신)수항 형보다는 단역 배우들을 더 많이 챙겨주시는 편이다. 그분들이 카메라에 조금 더 비출 수 있도록 계산하시곤 한다. 저나 수항이 형 같은 경우는 범 새끼 같다. 어느 정도 컸으니 너희가 알아서 해! 이런 느낌으로. 오히려 저는 기분이 좋았다. 제자가 아니라 후배 배우로 대해주시는 것 같았다. 새로운 기분이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류장춘 역을 맡은 배우 김희진[사진=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류장춘의 경우 비행기 신이 큰 화제가 됐었다. 강렬한 죽음이기도 하고, 류장춘이라는 인물의 마침표기도 했다
- 원래는 대역이 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신인의 열정과 패기로…. 하하하. 그렇게 해서 크레인에 매달리게 되었는데 공중에 뜨자마자 후회가 되더라. 하하하. 6시간 동안 와이어에 매달렸다. 7층 높이까지 오르게 되었는데 정말 힘들더라. 뭐, 나중에는 경치도 둘러볼 정도가 되었지만. 하하. 그래도 열심히 준비해서 연기를 펼친 보람이 있었다. 끝나고 나서도 선배님들이 고생했다고 박수도 쳐주시고. 울컥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 악역을 해보고 싶다. 20시간 푹 끓인 사골처럼 진한 악역을. 이번 류장춘 역은 악역이라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악역을 하려다가 사라져버린 느낌? 제 생각에 제 비주얼이나 느낌에는 악역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을 해보고 싶다. 영화 ‘공공의 적’의 조규환(이성재 분) 같은 느낌으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류장춘 역을 맡은 배우 김희진[사진=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악역 전문 같은 느낌인가?
- 그건 아니다. 제 안에 여린 면도 있으니까. 하하하. 다만 악역이라도 다양한, 폭넓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거다. 이범수 선배처럼 다양한 악역을 소화하고 싶다.

다음 작품을 통해, 또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때까지 지키고 싶다는 약속이 있다면?
- ‘인천상륙작전’의 류장춘으로 저를 기억하실 텐데, 다음 작품에서는 ‘쟤가 김희진이야?’하고 놀라게 해드리겠다. 제 꿈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저를 캐릭터로 보시고 역할마다 몰라보셨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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