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원샷법] 자발적 구조조정, 국제 경쟁력 회복의 지름길

2016-08-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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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기업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 신청 첫날에만 4개 기업이 몰려드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급 과잉으로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활력법은 정상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는 법으로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주고 세제·자금·연구개발(R&D)·고용안정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게 골자여서 일명 '원샷(One Shot)법'으로 불린다.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분야의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재무 구조 개선을 목표로 사업재편을 추진할 때 이 법을 통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일본의 성공사례는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산업계의 자발적, 선제적 구조 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활력법이 벤치마킹한 일본 산업경쟁력법의 경우 연평균 40.4건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연간 10~13건의 사업재편 승인이 적당하다고 볼 때 첫날 4건의 신청이 이뤄졌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일본의 경우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 우리보다 17년 먼저 공급과잉 업종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정했다.

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일본은 사업 재편을 통해 글로벌 성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이나 첨단 설비 투자로 성장 인프라를 갖추는 기업, 잠재력이 뛰어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고 있다.

이 법이 실제로 일본에서 거둔 성과는 상당하다.

600개 이상의 정상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과잉설비와 과잉채무,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미쓰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MHPS) 사례는 대표적인 원샷법 성공사례로 꼽힌다.

MHPS는 설립한지 2년이 조금 넘은 신생업체로 2014년 매출 1조2000억엔(약11조4000억원)을 달성, 2020년까지 2조엔 달성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다.

MHPS는 일본의 원샷법에 힘입어 탄생했다. 플랜트 사업을 하던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제작소가 주력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부문 합병을 결정하고 합작사 MHPS를 세웠다.

이때 일본 정부는 원샷법에 따라 등록면허세를 낮춰주고 투입한 자본금의 70%를 10년간 손비로 처리해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철도 원샷법의 혜택을 받았다.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신흥국가 철강 기업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경영 부진을 겪던 신일철도 스미토모금속과 합병하면서 정부가 등록면허세를 50%가량 줄여줬다. 합병 이후 신일철 생산량은 세계 6위에서 2위로 오를 수 있었다.

또한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와 소니, 세가 역시 원샷법 혜택을 받은 기업이다.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일본 기업들의 급격한 생산성 향상은 원샷법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부분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기업 488곳 중 성과보고서를 제출한 212곳을 분석한 결과 생산성 향상 지표로 볼 수 있는 유형자산회전율이 88.4% 상승했다.

자본이익률(당기순이익/자기자본) 역시 37.0%(53개 기업 평균) 상승했다.

또한 일자리 창출 기여 부분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다.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매출 증가는 고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사업재편 승인 기업 중 231개사가 신규채용 목표를 세웠고 이 중 170개사에서 7만71명을 신규 채용했다. 기업당 평균 412명에 달한다.

아직 채용목표를 실행하지 않은 기업,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거나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은 곳 등을 포함하면 실제 채용된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일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수위에 있다"라며 "이는 신속한 산업재편을 통해 공급과잉과 국내 경쟁 심화에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잉 공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기업이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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