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터키 남동부 지역의 한 결혼식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했다. 군사 쿠데타 실패 이후 국내 상황을 수습하는 상황에서 대형 테러까지 벌어지면서 터키 내 불안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의 소행으로 보인다"며 "종족·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이런 테러 행위에 대해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리아 북부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쿠르드계를 경계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터키는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오랫동안 아사드 정권을 지지해온 러시아와는 반대 입장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시리아 정책의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난민 문제,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등으로 유럽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터키로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IS를 지목하긴 했지만 '종족 갈등'이라는 표현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사실상 쿠르드족(커디시)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리아 내전 이후 터키 정부는 바사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IS, 쿠르드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상태다.
쿠르드족은 터키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터키 내부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터키 내에서는 반정부 성향의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이번 테러를 저질렀다는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터키에서는 올해 들어 크고 작은 테러가 발생해 정세가 불안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월 이스탄불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술탄아흐메트 광장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최소 10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6월에는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28일(현지시간) 자폭테러가 발생해 최소 36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부상했다.
지난 11일에는 터키 남동부 디야르바키르 주와 마르딘 주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열흘 뒤인 21일에는 터키 남동부 가지안테프의 결혼 축하연회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해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의 범인은 12~14세의 청소년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테러는 군사 쿠데타가 실패로 끝난 지 한 달 만에 발생한 일이어서 터키 정세 혼란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반정부 군부 조직이 터키 수도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주요 국가시설들을 장악하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시민을 포함한 240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