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에스엔제이(GS&J)등에 따르면 5일 현재 80kg 당 산지 쌀값은 14만1896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6만24원) 보다 11.3%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 쌀값의 하락률은 올해 2월 10.3%에서 5월 9.1%로 낮아진 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6월에 다시 10%대로 높아졌다. 5일에는 11.3%까지 떨어져 올해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산지 쌀값은 지난 3월 30일 정부의 추가격리 직후인 4월에 반등했지만 5~6월 재고량이 많은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의 밀어내기로 인해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부진한 쌀소비도 쌀값 하락에 한몫했다. 197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연간 136kg 이었지만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쌀 소비량은 62.9kg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1일 소비량은 172.4g이었다.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100∼120g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 한명이 두 공기도 채 먹지 않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쌀이 비만의 주원인'이라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쌀 값 안정을 위해서는 소비가 중요한데, 쌀이 비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잘못된 속설때문에 국민들이 밥을 잘 먹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쌀은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 등 영양을 고루 함유하고 있는데다 현미는 혈당을 조절하는 가바(GABA)와 항산화 활성이 뛰어난 감마오리자놀(γ-oryzanol) 함유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쌀에 들어 있는 복합탄수화물은 섬유질이 30~90% 정도 들어 있는 영양소로 포도당으로만 구성된 설탕·초콜릿 등 일반적인 탄수화물과는 다르다"며 "복합탄수화물은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고 몸에 천천히 흡수시켜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비만과 고혈압·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쌀 자조금관리위원회'을 만들어 쌀값 안정과 수출 중대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명환 GS&J 농정전략연구원장은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국산 쌀을 고급으로 쳐준다"며 "자국 쌀보다 가격은 두배지만 이를 찾는 구매력 높은 동남아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실제 태국 방콕의 포탈라이 레저 파크 관계자는 "태국인들은 한국의 전통떡을 고급 식재료로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 리조트에도 한국의 떡 까페를 유치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김명환 원장은 "현재 RPC들의 쌀과 쌀 가공식품에 대한 홍보 등 마케팅 능력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며 "쌀 자조금을 만들면 쌀 수출 시장개척과 판촉행사들이 활발하게 이뤄져 쌀 가격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쌀 수급안정을 위해 ▲체계적인 쌀재고 관리 ▲쌀과 쌀가공식품의 소비 촉진 및 쌀 수출 증대 ▲농지법 등 제도 개선 등의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우선 농식품부는 올해 ‘쌀 수급안정 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오는 2020년까지 농협양곡을 중심으로 농협의 쌀 판매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149개 RPC를 38개로 통합해 판매 창구를 단일화·규모화하기로 한 것이다.
또 쌀‧농지 관련 제도를 개선해 쌀 이외에 작목 재배를 늘려 쌀 공급량을 줄이고, 간척지 활용방안도 개선한다.
농지법에 따른 농업진흥지역의 일부지역을 해제하고 행위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간척지에 수출·가공용 쌀 전문단지를 조성해 고부가 농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쌀재고 관리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농식품부는 2018년까지 가공용‧복지용 쌀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사료용 쌀 공급을 늘려 적정재고 수준을 연차별로 감축하기로 했다.
김종훈 농식품부 식량정책국장은 "쌀과 쌀가공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생산기반 조성부터 현지시장 개척까지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키로 했다"며 "쌀 수출은 2014년 2000t에서 2025년 5만t으로, 쌀 가공식품 수출은 61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