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는 국내 유통‧식품 기업들의 도전사를 살펴보면서 문제점과 교훈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매주 국내 유통업계 흑역사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부분을 조명해본다.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유통업계에서 중국시장은 놓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과거부터 높았다. 13억의 인구를 보유한 만큼 무엇이든 팔기만 하면 대성공을 거둔다는 인식이 퍼져있었다. 이에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참패였다. 롯데마트도 그 중 하나로 기록된다. 중국시장은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많지만 이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로 확인됐다.
7일 업계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그간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은 많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네덜란드계 마크로(Makro) 8개점을 인수하며 중국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어 2009년 10월에는 중국 내 대형마트인 타임즈 65개점을 인수하며 세력 확대에 나섰다. 롯데는 이후에도 점포수를 계속 늘려 2011년 94개, 2012년 102개까지 확대됐다.
롯데마트 중국 법인의 연도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1조2880억원, 2012년 1조5010억, 2013년 1조5840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늘어나던 매출은 2014년1조346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감소했고, 2015년에는 1조3000억원으로 또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매장별 매출 또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마트의 해외 전체 실적현황도 2011년 270억원의 손실에서 매년 증가해 2014년 1410억원까지 늘었다. 작년에는 대규모 132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그다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롯데 측은 이러한 손실에 관해 초기에 시설투자 비용 등을 거론하며 각 점포가 흑자로 전한되는데 걸리는 시차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적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실의 규모가 계속 커지자 현재는 중국의 사업 실패를 어느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롯데는 결국 중국의 사업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새로운 시장개척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롯데마트의 중국시장 실패의 이유로 현지화의 실패를 꼽았다. 한국과 확연히 다른 문화를 가진 중국에 대해 그저 좋은 상품과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은 상품의 질로만 승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한국형 마트의 방식은 중국인에게 맞지 않는 점이 증명됐다.
오히려 중국 소비자들 역시 한국 상품의 우수성에 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중국시장의 공략을 위해서는 각 지역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필요했다. 상품의 확보와 공급을 위해 지역 딜러와의 원만한 관계도 중요하다. 중국의 특수성인 국영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권한이 큰 점도 이해해야 한다.
롯데는 중국진출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채 우선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중국보다는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집중하며 새로운 기회를 노리는 모양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매장수는 각각 11개, 41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연매출도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롯데는 글로벌 비전을 위해서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롯데가 목표로하는 2018년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 연매출 200조원 달성은 중국시장을 잡아야만 가능한 수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시장은 점차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각 기업들이 점점 발을 빼는 추세"라며 "하지만 거대시장이라는 매력과 동남아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위해서도 무조건 철수가 힘든 지역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