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의 펜싱 경기는 참으로 극적이었다. 펜싱은 종주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종목이다. 신아람 선수가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1초 오심' 논란 속에 피스트 위에 홀로 남아 눈물을 흘릴 때, 온 국민이 함께 울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아들딸은 좌절하지 않았다. 보란 듯이 사브르 여자 개인전 금메달, 플뢰레 남자 개인전 동메달, 에페 남자 개인전 동메달은 물론, 단체전에서도 남자 사브르 금메달, 여자 플뢰레 동메달, 여자 에페 은메달까지 휩쓸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특히, 원우영 선수가 활약했던 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국민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기억됐다. 대표팀의 ‘맏형’이자 마지막 주자였던 그는 발로 상대를 제압했다. 빠르면서도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발놀림에 유럽 선수들이 번번이 물러서면서 ‘발 펜싱’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렇게 불과 1년 전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펜싱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해설위원으로 나서는 것은 모두가 바라던 일이다. 후배들에게 ‘금메달의 기운’을 불어넣기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원우영은 첫 시작으로 SBS 올림픽 방송단을 선택해 탁구 현정화, 핸드볼 임오경, 양궁의 박경모-박성현 등과 함께 이른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해설진’을 완성했다. KBS의 중계를 맡은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최병철, MBC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고낙춘과는 입심을 겨루게 됐다
원우영은 후배들의 노력 과정, 그리고 승리의 드라마를 안방으로 전하기 위해 “온몸을 불사르겠다”며 “결국은 ‘찌르는 게임’이다. 상대방을 누가, 더 빨리, 멋지게 찌르는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