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갑용(楊甲鏞,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교수) =7월 8일 한국과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13일에는 후보지로 경북 성주를 발표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에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냉전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한반도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다시 ‘신냉전’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정상간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내실화하고자 하는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도 ‘사드’ 배치 결정은 양국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사드’ 배치를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적 방어 차원에서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점증하는 북한(조선, 편집자 주)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층 효용성이 있는 방어적 조치가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사드’ 체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는 온전히 방어적 무기체계이며 공격용이 아니고 특히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이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적 대응 조치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사드’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한국의 이러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에 대해서 이해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7월 2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양국 외교부 장관과의 대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양국 관계는 점점 긴밀해질수록 각종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양국이 계속해서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에 풀지 못하는 문제는 없으며,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수호하기 위해서 쌍방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의 행위는 중국과 한국 쌍방의 상호 신뢰에 손해이고, 중국은 이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출하고, “중국은 한국이 장차 양국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서 어떠한 ‘실제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알고 싶다”고 사실상 사드 배치 중단이라는 ‘실제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이는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암시한 점에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한국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우려와 반대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 및 미사일 발사실험이 거듭되면서 점증하는 안보 위협을 줄일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고 이것이 ‘사드’라는 것이다.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은 사드의 실질적 효과와 안전 문제,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이 고고도 미사일 외에 한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나 스커드 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 효과도 검증되지 않고, 현재 실험이 계속되고 있는 무기체계를 굳이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전자파’라는 건강의 문제도 ‘사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례로,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한 모 정보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7월 4일부터 7월 22일 사이 SNS에 나타난 사드 배치 관련 국민들의 생각은 전반적으로 사드 도입 및 배치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하는 쪽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결과는 사배 배치 지역으로 ‘성주’가 결정된 7월 13일에 부정적 의견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담당한 측에서는 이러한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난 원인으로 사드 도입 결정과 배치 지역 선정이 너무 급속하게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결정이 합리적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서 볼 때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한 한국민의 반대 우위 여론은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라는 문제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우려, 사드 체계의 본질적인 효과성과 안전성, 그리고 배치 지역의 선정과 관련된 절차의 타당성과 합리성, 4.13 총선에서 나타난 여소야대 정국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여러 요인들이 얽혀져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 여론의 동향은 결국 사드 배치의 당위성만 강조했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민의 수렴 등 절차적 타당성과 결정 구조의 합리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정책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 즉 투명하지 못한 정책 소통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 기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불신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결국 소통의 부재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필요성이 효용성과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결국 중국과 러시아의 불만과 반대를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한반도 핵문제 등 한반도의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롭고 안전한 한반도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협력과 지지가 필요하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의 성안과 결정에 중국의 역할이 주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 또한 한국의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자위적 차원의 조치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이 우려하는 전략이익의 훼손과 지역 균형의 훼손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관계가 근본에서부터 훼손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화해 희망과는 달리 ‘새로운 냉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이럴 경우 한중관계는 회복하기 힘든 ‘진영 논리’에 빠져 들게 된다.
이미 조어도 문제, 타이완 미사일 오발 문제,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사드’ 문제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다시 ‘신냉전’의 진영 논리로 빠져들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다져 놓은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견실하고 안정된 한중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이 ‘강 대 강’의 관계를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협력 관계’로 바꾸는 노력을 한층 심화해야 한다. 특히 양국 간의 다차원적인 ‘소통’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위협에 대응하려고 하는 한국과 미래의 위협에 우려를 표하는 중국이 상호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는 상호 공유하는 전략적 이익을 많이 만들어가는 노력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아마도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갈등과 대립이 한층 성숙된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은 모든 관계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오히려 갈등과 모순을 관리하는 지혜를 모으는 계기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중 동반자관계 내실화 차원에서 위기관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양국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에 걸 맞는 양국관계 관리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본 기사는 아주경제 논조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