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인더스‧이집트‧황하 등 세계 4대 문명이 예외 없이 큰 강(江)을 중심으로 태동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농업에 필요한 물과 비옥한 토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강은 교통·물류 수단으로서 경제와 도시 형성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자동차와 철도, 항공 등 교통‧물류 수단과 도시는 더욱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세계 인구의 54%와 국내총생산(GDP)의 80%가 도시에 집중된 지금 물류는 밀도 높은 도시에서 파생되는 각종 문제들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산업이자 주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국민은 2인 가구를 기준으로 2~3일에 한 번씩 택배를 이용한다. 유통업계 배송까지 포함하면 이틀에 한 번은 물류 서비스를 접한다. 이미 물류산업은 도시 물류로서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교통정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TRB(Transportation Research Board) 학술대회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도시 물류'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진행해 왔다. 물류산업 혁신을 통해 다양한 도시 문제를 풀어가는 동시에 유망한 첨단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물류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등이 도입된 첨단물류시설이 개발되면서 혁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 109개 물류센터에서 1만5000여대의 키바(KIVA)를 운영 중이다. 물류자동화 로봇인 키바는 축구장의 28배 크기인 트레이시 물류센터에만 3000대를 배치해 하루 70만여개의 상품 출하를 처리한다. 아마존은 2012년 키바를 도입해 2년 동안 9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지게차보다 소음이 적고 물류센터 내의 상품 순환이 빨라져 재고유지 비용을 20% 줄이고, 안전성과 배송의 정확성도 높였다.
정부도 물류기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작년에는 한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으로 개발한 160억원 규모의 물류자동화시스템을 인도에 수출했다. 내년에는 셔틀로봇, 접이식 컨테이너, 친환경 택배차량 등 스마트 물류기술 R&D 사업에 착수한다. 연간 11조원에 달하는 세계 첨단 물류시스템 시장에 국내 기업들도 과감히 투자할 때다.
물류‧유통‧IT 등 연관 산업 간 융‧복합을 지원하는 공간 확보도 절실하다. 기업은 도시 내에 첨단 물류시설을 갖추길 원하지만 지가가 비싸 부지 확보가 힘들다. 화물터미널 같은 기존 시설은 도시계획 규제에 묶여 효율적인 재정비도 어렵다.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제도를 도입해 지난 6월 양재 한국화물터미널 부지 등 시범단지 6곳을 선정했다.
도시첨단물류단지가 개발되면 저층에는 초고속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상층엔 R&D, 옴니채널, 물류솔루션 등의 시설이 입주한다.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라츠(Potsdamer Platz)'와 같이 쾌적한 도시 공간 조성을 위해 물류시설을 지하화할 수도 있다.
단지는 고부가가치 기능이 어우러지며 '전자상거래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입주업체는 컨설팅, IT솔루션, 번역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저렴한 임대료로 스타트업 기업의 입주 부담도 줄어든다.
국토부는 '2025 국가 물류기본계획', '화물운송시장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물류산업의 혁신을 유도할 것이다. 아마존이 물류센터 혁신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듯이 도시첨단물류단지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물류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