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이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현 드라마 판에 몇 안 남은 거장,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SBS ‘그래, 그런거야’는 6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6개가 잘려나가 54부작으로 종영하고,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를 내세운 의학드라마 KBS2 ‘뷰티풀 마인드’는 16부작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으나 2회분이 줄어들었다.
“장사 안되는 프로그램은 접으면 그만”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방송사답게 변명도 게으르게 준비했다. SBS와 KBS는 “막바지에 돌입한 드라마가 올림픽 중계방송과 겹쳐 몇 차례 결방되면 힘이 빠지기 때문에 그전에 힘 있게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입이라도 맞춘 듯 합창했다. 잘 나가는 드라마는 버젓이 두면서 급히 결정한 조기 종영에 애저녁에 예정됐던 올림픽 핑계를 대는 모양새가 구차하다.
비록 시청률이 방송사에 성에 안 찼을지라도 두 프로그램 모두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었다. 성급한 조기 종영, 조급한 폐지 결정은 제아무리 좋은 시도와 완성도라고 해도 시청률이 확보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냉엄한 지상파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케이블·종합 편성 채널에 쫓기는 지상파의 현실을 저 스스로 증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