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영국의 기업체를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계약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내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영국 기반 스포츠미디어 그룹 퍼폼(Perform)과 2017년부터 10년간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2000억엔(약 2조 1511억원)으로, 일본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또 다른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유명 반도체 기업 암(ARM)을 사상 최대 규모로 인수한 데 이어 나온 소식이라 눈길을 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18일 암을 234억 파운드(약 34조 9102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암이 설계한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 이상에 활용된다.
소프트뱅크가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앞서 암 인수를 통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설문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향후 IoT 관련 기기는 오는 2020년 기준 385억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비해 285% 증가한 수치다.
영국 기반 업체들에 대한 잇따른 사업 성과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확정되면서 파운드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이 매력적 요소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CNBC가 최근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영국 여행비가 과거에 비해 15% 정도 저렴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부동산과 관광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영국 내부에서는 화폐 가치 등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전문 기술 개발을 통해 '브렉시트 시대'를 맞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브렉시트 후폭풍에 따라 런던에 상주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업들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 금융허브로 통했던 런던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자 사설을 통해 "영국 기업과 관련한 계약이 계속 체결되고 있다는 점에 만족해서는 안된다"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각각 반도체와 미디어에서 강점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