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한국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대응 차원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브렉시트 이후의 한-EU 양자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 이어 박 대통령과 현 EU 지도부 간의 두번째 회담이다.
양측 정상들은 회담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자유무역의 상징인 FTA의 혜택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들은 "한-EU FTA 발효 이후 지난 5년 간의 상황 변화를 감안해 한-EU FTA 개정작업을 진행하면서, 특히 투자규범 도입 등을 통해 상호 투자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브렉시트 이후 신고립주의나 보호무역주의가 촉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상호교역 증대를 위해 다자 차원에서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한-EU FTA 개정의 필요성은 융커 집행위원장이 먼저 언급한 것으로 전해져 그동안 실무 차원에서 비공식으로 진행되던 FTA 개정 작업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10여년 간 열리지 않았던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내년 서울에서 개최하고자 한다"며 EU 측에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융커 집행위원장과 투스크 상임의장은 "영국의 EU 탈퇴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오히려 EU 회원국 내에서 유럽 통합에 대한 지지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며 "브렉시트는 한-EU 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며 신뢰할 수 있는 협력파트너로서 한국과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담에 배석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양측 정치·안보 분야 협력의 중요한 제도적 틀인 '한-EU 위기관리활동 참여 기본협정'이 조속히 비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협정은 해적 퇴치 작전 등 EU가 주도하는 위기관리활동 참여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과 EU 간 법적,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지난 2014년 5월 서명됐다.
또한, 박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EU가 강력한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독자제재를 취한 데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협력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기만적인 대화 제의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북 제재조치를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북한이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투스크 상임의장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계속해서 위반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며 북핵 문제가 동북아를 넘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EU로서는 안보리 결의는 물론 추가적 독자 제재조치를 강력하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