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문지훈 기자 = 한국은행이 14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다시 낮춘 것은 기업 구조조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하반기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계속 높아져 세계 경제 둔화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 이번 경제 전망에서도 브렉시트를 하방 요인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와 한은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세가 미약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은이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낮췄고, 정부도 하반기 1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할 계획이다.
한은 측은 금리 인하와 추경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은 그만큼 국내 경제 사정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취약업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가계·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데다, 하반기 대규모 실업 사태 등 후폭풍까지 예상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층 실업률은 10.3%로 나타났다. 조선업종이 몰려 있는 경남 지역은 1.0%포인트 오른 3.9%로 증가폭이 전국에서 가장 컸다.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역시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브렉시트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또 최근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여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자 한은이 이날 내놓은 2.7%의 성장률 달성도 어렵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이 이날 전망치를 낮추긴 했지만 LG경제연구원(2.5%), 한국경제연구원(2.3%), SC그룹(2.4%) 등 경제연구소와 비교해 여전히 낙관적인 수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박사는 "여전히 좋아질 가능성보다 하방 리스크가 크다고 본다면 2.7%도 쉽게 달성하기는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면서 "더 이상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 올해 안에 전부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또 이날 물가안정목표 관련 설명회를 열고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0%를 달성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국제유가 하락을 꼽았다.
여기에 내수 회복 지연과 수출 부진 등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했던 점도 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쳐 목표 수준인 2.0%를 크게 밑돌았다.
다만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린 공급 측 요인의 영향력이 줄고, 수요 측면의 물가 하락 압력도 완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는 초과공급 완화, 세계경제의 점진적 회복 등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지속하고 세계 교역량 회복으로 국내외 경기 상활이 개선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며 "이에 올해 말 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으로 높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2.0% 수준에 이를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