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대립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지역의 긴장이 높아질 전망이다.
PCA가 12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는 '남해구단선'이 법적 근거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중국 외교부는 최근 여러차례 어떤 결정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루 대변인은 "중국은 처음부터 중재판결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는 변함이 없다"면서 "중재법정 자체가 필리핀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전날 정례브리핑과 마찬가지로 중재 판결을 '둥시(東西 물건)'으로 비유하며 '무의미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루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중재 소송은 시작부터 불법적인 둥시(東西 물건)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재 판결을 하찮은 물건에 비유해 판결 '불(不)수용'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12일 "중재재판소의 결과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주권과 해양권익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주권과 해양권익 수호를 위해 계속 힘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국은 중재재판소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관영언론과 외교부 관계자를 '불(不)수용'의 메시지를 계속 내보냈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PCA의 판결은 휴짓조각이 될 운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은 미국 잡지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주권국가로 분쟁해결 방식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국제법에 따른 것"이라며 "이번 분쟁조정은 필리핀의 일방적인 요구로 중국은 참여하지 않았고 이에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의미가 없다"며 중국이 중재안에 "NO"라고 말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또, 관련법이 PCA에 부여한 권한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며 PCA가 권한을 남용해 진행한 중재 절차에 중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이 이러한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남중국해 갈등은 한층 첨예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PCA가 필리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 예상하고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100척 이상의 함정과 전투기를 동원한 남중국해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이며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는 중국 당국이 향후 영유권 분쟁에 강경 대응하고 무력적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 등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또, 관영언론 등을 통해 중국의 '당사국간의 해결'이라는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가 최소 66개국에 달한다며 여론전도 공을 들였다.
중국이 이미 패소 이후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NHK는 "중국이 남중국해 방공 식별구역을 설정하거나 필리핀이 실효 지배중인 컨드 토머스(중국명 런아이자오·仁愛礁)의 강제 점유 시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인공섬 군사시설 조성 가속화 등 방안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은 12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PCA가 중국에 불리한 판결을 내릴 경우 전투준비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인민해방군에 내렸다는 추정보도를 내기도 했다. 현재 중국 항공모함 2척이 남중국해 인근 필리핀 동쪽 해역에 대기 중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