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한미 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결정에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한미일 대(對) 북중러' 신냉전 구도로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러 양국이 사드에 대응해 자국 동부와 동북지방에 군사력 재배치 등 군사력 증강을 시사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싸고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개헌을 통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하려는 논의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여 동북아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 구조에 한국을 하위 파트너로 편입하는 것(한미일 군사동맹)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중․러 거센 반발, 관광객 급감․무역 보복 우려
사드 배치 결정에 연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유·무형의 대응 조치에 나설 경우 사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군사적으로는 사드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경제 보복 조치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 민간 분야 피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환구시보는 지난 8일자 사설에서 한미의 사드 배치에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보복 조치와 관련해 ▲사드관련 기업·기관과의 경제관계 중단 ▲왕래금지 ▲중국시장 진출 차단 ▲사드 배치 지지 한국 정계 인사의 중국입국 제한 ▲그들 가족 기업 제재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관광객 급감, 한국 주력수출품에 대한 수입 제한 등은 물론,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 여부와 별개로 반한 감정이 확산될 경우 한류 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북중러 공조 가시화되면 대북제재 실효성↓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사드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대오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은 북중 관계가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해빙무드를 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는 가운데 연내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이 입게 될 경제적 타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중국이 반대해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중국이 개입해 새로운 분단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 중·러 설득 방안 고심..몽골 아셈회의, 한중관계 분수령 될 수도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고착화가 현실화된다면 한국 외교는 남북 대치 상황과 지정학적 덫 속에서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이미 수차례 밝혔듯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는 북한 이외의 어떤 제3국을 겨냥하거나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또 할 이유도 없다"면서 “우리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방어목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의 당위성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이달 예정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회의를 통해 중ㆍ러 및 국제사회의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중국과 러시아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외교적 물밑 접촉도 이어갈 계획이다.
또 우리 정부가 그동안 남중국해 문제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한중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 이후 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아셈 회의 때 박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간 회담 성사 여부는 사드 후폭풍을 진정시키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