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최근 국내 한 완성차업체는 새로 출시한 준중형 승용차를 광고하며 '슈퍼 노멀'(Super Normal)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했다. 우리말로는 '특별한 평범함' 정도가 되겠다.
해당 업체는 형용 모순같은 이 말을 '차급의 한계에 갇히지 말고, 놀라운 가치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하라'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한다. 특별함과 평범함의 차이를 원점에서 재해석해, 양극의 장점을 두루 살린 효과적 '전략'이라고 할까.
이처럼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같은 두 점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는(혹은 의도적으로 더 넓히려는) 시도가 7명의 신진작가들에 의해 펼쳐진다.
김성원 큐레이터는 "'유명'을 위해 과속 질주하는 우리는 어떻게 그렇게 되며 또 어떻게 무명으로 남는가에 대해, 또 진정한 의미의 유·무명이 무엇일까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다"며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 세대에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초대 작가들의 작품은 유명해지지 못하면 사라지고 마는 '강박적' 현실, 그리고 유명이라는 불 속으로 달려드는 부나방같은 우리들의 모습을 방증한다. 작품들 각각의 형태는 미디어, 설치, 디자인, 사진 등으로 서로 다르지만, 이들은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끌림에 의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연결된다.
국제갤러리 측은 "개별적인 작가들의 고유한 배경적인 차이에서 기인한 구분을 통해 유명과 무명이라는 무형의 가치가 지니는 다각적인 개념들, 즉 불확실성, 연약함, 변화 가능성, 획일화 등에 대한 정밀하고 미묘한 저항을 제안한다"고 평했다.
1년간 자신의 일상을 매일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1600개의 동영상을 스크린세이버로 만든 김희천의 '/Savior',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견된 기형 데이지와 '대화현상'(fasciastion·식물이 자연적으로 기형이 됨)에 착안한 남화연의 'White Madonna' 'Black Madonna'는 관람객의 눈길을 꽤 오래 잡아둔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비디오 작업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던 남화연은 이번 전시에 대학 졸업 후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던 조각작품을 내놓아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시대적 트렌드에 대한 예리한 비평을 서슴지 않는 크리에이터스 그룹 베리띵즈의 '베리키피디아'(VERYKIPEDIA), 다양한 기억과 이야기들을 작업의 모티브로 삼아 사운드, 이미지, 텍스트 등으로 혼합한 이윤이의 '재생 시간', 수돗물을 끓이고 남은 침전물, 석회층이 형성한 이미지를 포착한 EH(김경태)의 'Printed Matter HW'도 눈여겨 볼 만하다.
관람 팁 하나. 7명의 작품을 순서대로 다 둘러봤다면, 전시 원제와 반대인 '무명의 유명'전을 본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감상해도 좋다. 유명과 무명의 간극 사이에 서있는 이들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어렴풋이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