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오는 4분기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성공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발이 생각만큼 빠르지 않자 시중은행들이 이미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 대비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산분리 완화 법안 처리도 지지부빈해 반쪽짜리 출범에 그칠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내놓은 핵심 사업 모델은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중금리대출과 간편 송금 및 결제 서비스다. 여기에 컨소시엄 협력사와 협업을 통한 다양한 혜택을 앞세우고 있다.
문제는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선보일 핵심 서비스를 이미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출시한 사잇돌 중금리대출을 비롯해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로 인해 이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자 멤버십 포인트 등 모바일 서비스를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작업을 마치며 모바일은행인 1Q뱅크 사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위비뱅크와 써니뱅크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도 모바일 생활 금융 플랫폼 리브를 출범하며 본격 모바일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NH농협금융도 오는 8월 올원뱅크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중금리대출 시장은 시중은행들이 선점해 나가고 있는데다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해서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원칙에 따라 금융사가 아닌 일반기업에 대해 의결권 지분을 4%만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KT와 카카오는 은행법이 개정되면 증자해 지분을 늘리고 대주주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워 인터넷은행에 진출한 상태다. 하지만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들은 지분을 확대할 수 없다.
이에 IT기업 주도의 인터넷은행을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당초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진 상황이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이 반쪽짜리 출범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상항이 이렇자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의 기득권이 강하기 때문에 규제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시중은행과 똑같이 묶어 규제하기 보다 일정 기간 예외를 두고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