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유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했지만 잇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 금리가 더 내려가면서 되레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고정금리에서 이탈해 다시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6개 은행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로 전환한 대출자는 1만7000명, 잔액 규모는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질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향후 금리 인상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 가계가 빚에 허덕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한은이 최근 몇년간 수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시장 금리도 덩달아 떨어졌다. 한은은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여덟 차례 금리를 내려 기준금리가 3.25%에서 1.25%로 2%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로 인해 대출 금리 역시 낮아지면서 고정금리를 택한 대출자들이 되레 손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 역시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다.
이는 매달 이자만 내다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는 기존 변동금리식 주택담보대출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유인해 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 정부가 내놓은 상품이다.
연 2.6%의 저금리에 지난해 말 미국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출시 나흘 만에 1차 공급분 20조원이 소진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은행권 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금리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도 이탈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도상환된 안심전환대출 금액은 1조3700억원에 달한다. 월별 중도상환 금액도 지난해 9월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로 추가로 인하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떨어질 경우 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2월 은행권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로 바꾸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금리)를 추가로 적용받아 대출한도가 제한되거나 일정 한도를 넘어서는 대출액을 고정금리로 바꿔야 하는 탓이다.
박용진 의원은 "임종룡 위원장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치적으로 홍보하지만 실적에 매몰돼 결과적으로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 됐다"며 "정부 시책을 따랐다가 손해를 본 서민들의 정부정책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